국회 파행이 벌써 12일째로 접어들었다. 지난 3분기 서비스업 생산이 사상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하는 등 경제는 곤두박질을 거듭하고 있는데 국정과 민생을 챙겨야 할 정치권은 힘겨루기로 소일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기만 하다. 여야는 당장 국회부터 정상화시켜야 한다. 향후 국회일정을 생각하더라도 여야가 기싸움으로 허송세월할 시간은 전혀 없다. 정부가 내놓은 법률안만 해도 1백83건,의원입법안을 포함하면 계류중인 법률안이 모두 5백개를 넘는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9일까지 상임위에서 법안을 심의할 수 있는 날이 20여일에 불과한 만큼 16개 상임위가 하루 한개씩 법률안을 심의한다 해도 시간이 턱없이 모자란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등 소위 4대 개혁법안을 비롯 여야간 의견 대립 때문에 처리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들도 한 둘이 아닌 만큼 국회 정상화는 여간 시급한 일이 아니다. 특히 경제가 무너져내리는 데도 민생과 경제살리기에 직결된 법안들마저 내팽개쳐져 있으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민생정치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예산안 심의만 해도 현행법상 이미 지난 4일 심의가 시작됐어야 하건만 파행 국회 때문에 올해도 헌법상의 의결기한(12월2일)을 지키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소득세법 조세특례제한법 기금관리기본법 경제자유구역법 등도 서민생활 및 경제활성화에 관련된 것들이어서 하루라도 처리가 급한 형편이고,출자총액제한 문제 등을 담고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역시 국회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해야지 힘으로 졸속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 절대 아니다. 이처럼 시급한 문제가 산적해 있는 데도 정치권이 파행의 원인이나 책임 문제나 따지면서 민생을 외면하는 것은 도무지 말이 안된다. 야당 폄하 발언으로 국회 파행의 계기를 제공한 이해찬 총리는 확실하고도 솔직한 사과를 해야 하며 열린우리당도 국정을 리드하는 여당으로서 정치력과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 한나라당 역시 총리 파면 등 강경 주장만 계속 할 것이 아니라 국회부터 정상화한 후 장내에서 현안문제를 따지는 것이 옳을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정말 어렵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서비스업마저 완연한 내리막길로 접어들었고 고유가,원화 급등,중국 금리 인상,미국의 통상압력 강화 등으로 대외여건마저 극히 좋지 못하다. 이러한 때에 정쟁에만 몰두하는 것은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염증만 증폭시킬 뿐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국회는 당장 정상화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