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가 반등의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5분기 연속 뒷걸음질친 민간소비 지출은 올해 3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최근에는 중산층과 저소득 계층의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고소득층이 지갑을 닫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내수시장이 당분간 더 침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3분기 민간소비지출 마이너스 확실시 한국은행은 올해 3분기부터 민간소비 지출이 정부의 소비진작책 등의 영향으로 전분기보다 소폭 증가하거나 최소한 보합 수준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지난 5일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중 서비스업 생산은 분기별 증감률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올해들어 비교적 탄탄한 증가세를 보였던 영화·방송·공연분야 서비스업 활동도 13개월만에 감소했다. 15개 전업 및 은행계 신용카드 회사들의 카드 이용실적(기업구매카드 제외)은 올들어 9월까지 1백94조8천4백96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3백35조8백87억원)보다 41.9% 줄었다. 소비 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한국은행은 민간소비지출이 3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4분기에도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갑 닫는 고소득층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10월 소비자전망 조사결과'에서 월평균 4백만원 이상 고소득층의 소비자기대지수는 91.4로 6개월 연속 100 밑에 머물렀다. 지수가 100 밑이라는 것은 6개월 뒤 경기나 생활형편 등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보는 가구가 그렇지 않은 가구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BC카드가 자사 최우수 등급 고객들에게 발급하는 플래티넘 카드(연회비 3만∼14만원)의 9월 평균 사용액은 1백30만원으로 작년 같은 달(1백59만5천원)보다 18.5% 감소했다. 불경기에도 버팀목 역할을 했던 고소득층의 소비활동마저 위축됨에 따라 '일본식 장기불황'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기범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7일 '주간경제'에 기고한 보고서 '고소득층이 지갑을 열지 않는 이유'에서 "고소득층의 소비지출 변화는 다른 계층에 시차를 두고 영향을 줘 경기 둔화기에는 내수부진을 확산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내수부진이 시작된 2002년 3분기 중 고소득층(소득 상위 20%)의 소비지출 감소(-5.4%)는 그해 4분기에 중간계층의 소비지출 감소(2.4%→-3.3%)와 저소득층의 소비지출 감소(6.5%→-4.5%)로 이어졌다는 것이 LG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고소득층의 소비행태가 다른 계층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감안할 때 지금처럼 고소득층의 소비심리가 침체된 경우 내수시장 불황이 갈수록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수진·송종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