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노사문화 우수기업] KT .. '분규 대명사' 오명벗고 동반자 관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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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관계에서 동반자적 관계로.'
KT(대표 이용경·www.kt.co.kr)의 최근 10여년간 노사관계는 이 한 마디로 요약된다.
지난 2002년 8월 공기업이던 '한국통신'이 완전 민영화하면서 새출발한 이 회사는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이뤄냈다.
한때 노사분규의 대명사였고 단일 사업장 노동조합으로는 최대 규모인 3만1천여명의 노조원을 거느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이런 성과의 원동력은 협력적 노사관계를 함께 만들어 가려는 노사간의 굳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노사는 하나(勞使不二)'라는 슬로건은 이 회사 노사관계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KT의 노사관계만큼 상처로 얼룩진 곳은 드물 것이다.
민영화되기 한 해 전인 2001년까지만 해도 이 회사 노조는 노동계에서 대표적인 강성 노조로 꼽혔다.
단일 사업장으로는 최대 규모의 노조를 갖추고 있으면서 국가 기간통신망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었기에 이 회사 노사관계는 곧바로 그 해 노동계 전체의 투쟁 방향을 결정지을 만큼 사회적으로 미치는 파급 효과가 컸다.
특히 1994년에는 당시 김영삼 정부로부터 '국가 전복세력'이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심각한 노사분규를 겪기도 했다.
이후 1996년까지 강성 노조운동이 이어지다 2000년 12월 노조가 인력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파업을 벌인 것을 끝으로 이 회사에서 더 이상 파업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러한 노동운동사를 돌이켜 보면 이 회사에 협력적 노사문화가 정착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 회사에 새로운 노사문화가 스며든 것은 2001년 말부터다.
가장 큰 변화는 이전까지 파업을 미리 결정하고 나서 회사측과 교섭에 나서던 노조의 태도가 '선(先)대화 후(後)투쟁'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점.사측도 노조를 적대시하는 시각을 수정,동반자적 관계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 속에 드디어 2003년 이 회사 노사는 분규 없이 임단협을 타결지었다.
올해 '주5일제 실시' '비정규직' 등 문제로 노동계가 시끄러웠음에도 이 회사 노사는 지난 8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단체교섭을 무분규 타결했다.
이러한 무분규 타결은 산업현장 노사 안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KT의 노사관계가 방향 전환을 하게 된 데에는 노조와 회사의 공동 노력이 뒷받침됐다.
우선 민영화 이후 기존 적대적 노사관계를 협력적·평화적 관계로 바꾸기 위해 외부 컨설팅을 통해 노사관계 문제점에 대한 진단을 받았다.
컨설팅을 받은 뒤 노사 대표는 '상호 신뢰와 존중'이 노사관계의 원칙이라는 데 합의했으며,'민영화 특별위원회'를 꾸려 민영화 이후 회사 발전을 위해 공동으로 대응할 것도 약속했다.
또한 법으로 정한 채널과는 별개의 노사간 상시 대화채널을 구축했다.
주기적으로 열리는 '노사협의회'를 만들어 노사가 대등한 입장에서 현안을 논의할 수 있도록 했다.
'노사관계 개선 협의회','인사·제도·보수 개선 협의회','고용안정 협의회' 등 노사가 이견을 보일 수 있는 각종 사안을 논의할 협의체도 만들었다.
노사 갈등으로 번지기 전에 미리 대화를 통해 이견을 좁히자는 게 이 같은 협의체 설치의 취지다.
또 '협력적 노사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사 대표와 현장사원 간 간담회','사원·중역 회의' 등 커뮤니케이션 장(場)도 마련했다.
특히 지난 5월에는 창사 이래 최초로 '노사 대토론회'를 개최,경영 상황과 현장 상황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KT는 사내 방송매체(KT뉴스,인트라넷,메일)를 통해 경영정보를 직원들에게 실시간으로 알려주고,소집단별로 경영 및 회사환경 개선을 위한 각종 제안을 할 수 있는 통로도 만들었다.
아울러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식스 시그마(6σ)를 도입하는 한편 노사 합의를 통해 우리사주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