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원자력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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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李重載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
국제원유가격이 연일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며 고유가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러시아 하원이 교토의정서를 비준함으로써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제한 문제가 조만간 현실로 다가올 것이므로 세계는 지금 화석에너지 사용문제로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는 셈이다.
현재의 국제원유가격 상승은 예전의 1,2차 석유파동 때와는 근본적으로 그 배경이 다르다. 과거에는 국제원유시장 불안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었으나 지금은 원유 매장량의 한계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기후변화협약 때문에 유가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세계는 지금 석유시대의 마감에 대비하고 보다 안정적이면서 친환경적인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더불어 다시 원자력발전에 주목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의 기상이변이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는 과학적 증거가 밝혀지고 있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 개발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 에너지의 블랙홀이라 불리는 중국은 2010년까지 원자력발전소 22기를 추가로 건설한다는 방침을 세웠고 인도는 현재 14기인 원자력발전소를 3배로 늘리는 계획을 갖고 있다.
특히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최근 핀란드가 다시 원전건설을 시작했고 프랑스도 신규 원전 부지를 결정했다.
일본 또한 계속 원전을 건설하고 있으며 자원부국인 미국조차도 3개의 전력회사가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문제,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 우려에 따라 2050년에는 전세계 전력수요의 증가와 함께 원전의 발전용량도 네 배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바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70년대 초 탈유전원정책의 일환으로 원자력발전을 추진해 현재 총 19기의 원전이 운영중이며 국내 총전력생산량의 40%를 담당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은 가동중에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며 국제유가에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준국산 에너지원이다.
특히 지정학적 특수성 때문에 전력을 수입할 수 없는 우리 현실에 원전은 에너지안보 차원에서도 그 역할이 매우 크다.
일부 환경단체 및 시민단체에선 풍력 태양력 등의 신·재생에너지로 원자력 발전을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들이 상용화돼 원전을 대신하기까지는 앞으로 수십년이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를 대체하고 친환경적이면서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수력,풍력,태양에너지,바이오에너지와 폐기물에너지 등을 들고 있는데 아직까지 기술적 한계로 인해 경제성이 낮은데다 불안정한 성능과 미미한 생산량으로 인해 보조전원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는 모범도시인 독일의 프라이브르크시도 이들 재생에너지가 시 전체 전력소비량의 1.9%(풍력 1.6%,태양광 0.3%)만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태양력을 이용해 생산된 전기를 한전에서 kW당 7백16원으로 사고 있는데 이는 국내 가정용 전력의 평균판매단가인 kW당 70∼80원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가격이다.
바람을 이용한 풍력발전도 바람의 양과 방향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가동률이 현저히 낮아 발전원가 또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즉 신·재생에너지는 앞으로도 많은 투자와 기술개발이 필요한 에너지원이기에 당장 화석연료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화석연료의 고갈에 대비할 수 있는 다양한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의 개발과 확대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부는 현재 2.1%인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2011년까지 5%로 확대할 계획이며 미래에너지 개발을 위한 핵융합에너지 개발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국가 에너지원의 다원화와 새로운 에너지개발도 중요하지만 세계 6위의 에너지 수입국이며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가 현재의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은 원자력발전 덕분이다.
꿈의 에너지라 일컬어지는 핵융합에너지 또는 인류의 에너지문제를 완전히 해결해 줄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가 개발돼 상용화되기까지는 우리는 당분간 원자력발전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