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중 산업문화硏소장ㆍ경원대 겸임교수 > 국회의사당 주변에선 별의별 '쇼'가 다 벌어지지만,며칠 전엔 정말 전대미문의 해프닝이 빚어졌다. 각양각색의 밥솥들이 등장,그걸 몽땅 우지끈 뚝딱 깨버리는 바람에 행인들이 귀를 막아야 할 지경이었다. 음식업을 하는 사람들의 울부짖음은 이런 것이었다. "경기가 너무 나빠 밥장사를 하는 우리가 밥을 굶게 됐다." 그러니 영업세라도 대폭 내려달라는 뜻인듯 했다. 경제의 양상(樣相)은 마침내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다. 한때 '펀더멘털'은 괜찮다며 애써 느긋함을 보이던 이헌재 부총리 같은 이마저 요즘엔 얼굴에 그늘이 져 보이는 때가 더 많다. 이것 저것 여러 경제지표들도 아닌게 아니라 근자에 들어선 죄다 하락 움직임 일색이다. 생산도 그렇고,출하도 내리막이며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경기실사지수(BSI)도 1백을 넘어 서 본지가 이미 오래다. 유가(油價)도 금방은 안 내려 설 것 같고,더 큰 일인건 그나마 좀 되던 수출까지 조짐이 좋지 않아 보인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중국쪽의 긴축경제가 우리 발목을 잡을 게 확실하고,그렇다고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재선이 무슨 큰 이득을 우리 경제에 얹어줄 것 같지도 않다. 어쩌다 한국경제가 이렇듯 험로로 들어선 걸까. 노무현 정부가 성장은 뒷전으로 한 채 좌파적 분배정책으로 기울어진 탓에 경제를 이처럼 망치게 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하나씩 둘씩 구체적으로 따지고 들어가 보면 썩 도드라지는 분배 사례도 없다. 거의 단언해도 좋지만 참여정부 출범이래로 여·야당이 오로지 정쟁(政爭)으로 날을 지새다시피 해온 것. 그래서 경제회복 운동이 겉돈 것이 국내 경제를 이렇듯 핍진하게 한 요인이라고 난 믿는다. 또 한가지,정부·여당 쪽에 더 큰 귀책사유가 되는 건 그들의'아집'이라 할 만하다. 무엇이 됐든 대통령의 입에서 한번 떨어지면 거둬 들일 줄을 모른다. 가령 요즘의 4대 개혁입법이란 것만 봐도 그렇다. 왜 그렇듯 쫓기듯이 서둘러 대는지를 모르겠다. 예컨대 국가보안법도 그 법의 명칭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종래의 독소조항들을 걸러내는 걸로 족하다. 사학법과 신문법의 경우 여당측이 관련당사자들과 자주 만나 어떤 절충점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 '과거사' 정리에 관한 법도 더 폭 넓게 여론을 수렴하려는 노력이 긴요하다. 단거리 경주하듯 해선 안될 것으로 본다. 제발 긴 호흡 아래서 경제회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