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집권 2기 핵심 과제로 설정한 세제개혁(세제 단순화)에 대해 온갖 추측이 무성하다. 구체적인 방향을 밝히지 않은 채 단순화니,개혁이니 하는 애매한 말만 반복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등 언론이 보도한 내용과 세제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부시 행정부가 추진할 세제개혁의 목적은 저축이나 투자되는 소득에는 세금을 물리지 않고 세금납부를 최대한 단순화시킨다는 것이다. ◆연방판매세 도입=저축이나 투자로 이어지는 소득에 세금을 물리지 않겠다는 취지를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은 현재의 소득세를 폐지하고 소비에 세금을 부과하는 연방판매세를 도입하는 것이다. 소득있는 곳에 세금있다는 세제의 기본 철학을 버리는 혁명적인 조치가 될 것이다. 고소득자에게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누진 개념도 사라지게 된다. 판매세는 일률적이어서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식품이나 의복에는 판매세를 면제,빈곤층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지만 단순화의 명목을 내걸고 중산층 이하의 실질적인 세금 부담을 늘린다는 거센 반발에 부닥칠 소지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현실적으로 도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단일 세율 도입=소득 수준에 따라 10∼35% 까지 6단계로 돼있는 누진 세제를 폐지하고 최근 유행인 단일 세율로 바꾼다는 것이다. 세제 단순화의 취지를 달성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게다가 면세 혜택이 주어지는 저축계좌를 도입함으로써 저축으로 이어지는 소득에는 세금을 물리지 않겠다는 취지까지도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연방 판매세 못지 않게 불공평 과세라는 비판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전체적인 세율 인하와 각종 공제 철폐=연방판매세나 단일 세율제도가 워낙 혁명적이어서 저항에 부닥칠 경우 타협안으로 내세울 공산이 크다. 각종 공제를 철폐,세제를 단순하게 만드는 대신 그로 인한 세금 부담 증가는 세율 인하로 완화해준다는 것이다. 각종 공제가 정치적 또는 시대적 필요에 따라 생긴 만큼 일률적인 철폐가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부시 집권 2기를 가능케 해준 지지자들이 누리고 있는 공제를 없애기란 더욱 어렵다.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의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다만 어떤 형태의 개혁안이 마련되더라도 기부와 주택마련 차입 이자에 대한 세금공제만은 반드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전망=부시 행정부가 세제 개혁이나 단순화를 생각한 것은 연간 2백만명 이상의 개인이 과다 납부를 하고,중소기업도 1백80억달러의 세금을 더 낼 정도로 세금 체계가 복잡하다는 비판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안이 워낙 복잡해 어떤 형태로 가닥을 잡을지 오리무중이다. 부시 대통령은 연말께 세제개혁을 연구할 초당적 위원회를 구성할 방침이다. 이 위원회가 내년 중 혁신안을 마련하게 된다. 세제 전문가들은 "공평과세와 다양한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각종 공제가 생겼다"며 "그런 현실을 외면하고 획기적인 개혁안을 만든다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