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그리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참가한 경제워크숍에서 이헌재 부총리는 내년 상반기에는 재정을 조기 집행하고 하반기부터는 연기금,공기업,사모펀드,외국자본 등 가용재원을 최대한 끌어들여 한국판 뉴딜로 불리는 종합투자계획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대로 가다간 내년에도 본격적인 내수회복은 기대하기 어렵고 여기에 수출둔화 조짐까지 고려하면 경제가 매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정부가 내놓은 일종의 비상처방인 셈이다.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경기상황을 감안하면 정부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취지 자체에는 공감이 간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과연 실효성이나 현실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선 근본적인 문제로 이번 뉴딜계획은 연기금 동원에 앞서 해야 할 일을 정부 여당이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의 비관적 심리나 불안감은 외면한 채 정부가 돈만 쏟아붓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일의 순서로 봐도 정부 여당은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되살리는 등 민간부문의 활력을 회복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방안들을 적극 제시하는 것부터 시작하는게 마땅하다. 그렇다면 지금 무엇을 시급히 해야 하는지는 너무도 자명하다. 시장경제의 기본적인 원리에 반하고 또 기업들의 투자분위기 조성에도 하등 도움이 안되는 규제 등은 서둘러 폐지하고 볼 일이다. 기업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제 유지 등 공정법개정안 같은 사안에는 정부 여당이 그토록 집착하면서 뉴딜계획을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런 정지작업이 선행되지 않은 채 연기금을 동원하는 것은 한마디로 정책적 효과도 의문시될 뿐 아니라 설득력도 전혀 없다. 민간자본이나 연기금을 끌어들이겠다는 것도 그렇다. 노인복지 및 교육시설,사회간접자본(SOC)투자 등이 그럴 만한 사업적 타당성이 있는 것인지,또 경기부양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는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 타당성도 별로 없는 사업에 정부가 수익률을 보장하는 등 무리해서 자본을 끌어들이다 보면 당장은 큰 재정지출이 없어 좋을지 몰라도 나중에 더 큰 돈이 들어가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 그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되돌아오게 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되살리는 게 우선이고,연기금 투자계획이 필요하더라도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