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이 삼성 소니 등 현지에 진출한 해외 기업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특허공세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기술력 부족으로 잦은 특허침해 소송에 시달려온 중국 기업들이 거꾸로 다국적 기업들을 상대로 공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8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선전의 전자업체인 랑커커지사는 지난 8월 USB메모리카드 관련 기술을 도용당했다며 소니를 상대로 선전시 중급인민법원에 특허침해소송을 낸 것으로 밝혀졌다. 랑커커지사는 소장에서 "지난 99년 개발한 이 기술에 대한 특허를 2002년 중국 지식산권국으로부터 획득했다"고 주장하며 소니에 특허침해 행위를 즉각 중지하고 배상금으로 1천만위안(약15억원)을 지불해줄 것을 청구했다. 중국 언론들은 "소니가 패소할 경우 중국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부터 로열티를 받게 되는 이정표가 세워진다"고 전했다. 소니는 아직 이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역시 열전 반도체 소자를 이용한 냉각 기술이 특허소송에 휘말리면서 최근 배상금을 지불하고 관련 기술을 채택한 소형 냉장고 판매를 중단하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았다. 이같은 양상은 그동안 특허관련 소송에서 방어적인 입장에 섰던 중국 기업들이 공세로 전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이동전화 디지털TV 등 각 분야에 독자적 기술표준을 내세우며 자국기술 보호주의를 강화하면서 두드러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중국 IT업계 관계자는 "플래시메모리로 USB메모리카드를 만드는 건 저급 조립기술이어서 특허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중국 언론이 과장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 측 역시 "허베이 지에넝사가 특허침해 당했다며 제소한 반도체 소자를 이용한 냉각기술은 삼성의 기존 기술보다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라며 "도용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