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처벌에 스팸 '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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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새로 나온 GPS 시험 행사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참여를 원하시면 1번을 눌러주세요."
이런 스팸전화에 짜증이 난 회사원 임모씨(32)는 최근 지인들의 전화번호를 모조리 휴대폰에 입력했다.
시도때도 없이 걸려오는 이른바 'ARS형(녹음된 자동전화)' 스팸전화를 피하고 아는 사람의 전화만 가려받을 수 있도록 '필터링' 장치를 설치하기 위해서였다.
최근 연체금 대출이나 지리정보시스템(GPS) 구입 등을 권하는 신종 스팸전화가 극성이다.
그동안 빈번했던 음란 폰팅이나 부동산 광고 전화가 줄어든 틈을 타 이들 업체의 텔레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이들은 그동안 스팸전화로 통용되던 060이나 1588국번으로 시작하는 번호를 쓰지 않고 대부분 일반전화 번호를 사용해 수신자가 더욱 혼동하기 십상이다.
문제는 음란물이 아닌 이런 광고성 스팸전화를 돌리는 업자들을 근본적으로 근절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는 음란물을 제외한 광고 스팸물을 전달한 사람에게는 형사처벌 없이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행정처분)만 부과하게 돼 있다.
따라서 업자들은 적발된 뒤 과태료를 내고도 직원 명의로 전화번호를 빌려 영업 재개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과태료보다는 '단기 고수익'에 대한 유혹이 더 크기 때문이다.
검찰은 스팸 메시지를 발송하는 업체나 개인에게 형사처벌을 포함한 처벌 법규를 강화할 계획이지만 실효성에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1천여개에 달하는 업체를 일일이 수사해 처벌하기가 어렵고,일주일이나 한달 정도 '치고빠지기'식 영업을 할 경우 단속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회선임대 업자들이 수익성 때문에 적극적으로 회선임대 제한에 나서지 않는 것도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통신업체의 인식 전환은 물론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호주처럼 독립적인 스팸방지법을 제정해 통합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