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한달새 50원 가까이 급락하면서 1천1백10원선 마저 힘없이 무너졌다.


8일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1천1백5원30전에 마감돼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1천1백4원40전)에 불과 90전차로 다가섰다.


세계적인 달러 약세 흐름속에 경기침체,성장률 둔화 등 환율 상승쪽에 있는 국내 변수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이제 달러화 저점매수 시점이란 주장도 나오지만 아직은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외환당국은 일단 1천1백5원에서 방어벽을 쳤지만 언제 뚫릴 지 모를 만큼 향후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외환당국의 정책 변화


최근 국내에서는 수출호조에 따른 달러화 유입분을 제외하면 환율하락을 뒷받침할 만한 요인을 거의 찾기 힘들다.


통화가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경기 성장률 등이 워낙 취약해 거꾸로 환율을 상승시킬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최근 환율 급락은 상승·하락 요인을 철저히 통제해 왔던 정부(재정경제부)의 정책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밖에 없다.


재경부는 일정한 레벨을 정해놓고 환율을 거기에 갖다맞추는 정책을 택했다.


하지만 최근 시장개입 바통을 넘겨받은 한국은행은 국제 환율변동을 수용하면서 '연착륙'을 유도하는 정책을 택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정부 시장개입과 이에 대한 청산 거래가 이뤄졌던 2·4분기까지 외환거래 규모가 매분기 급증하며 일평균 2백억달러를 넘어섰지만 개입이 약화된 3·4분기에는 1백70억달러로 급감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와 관련,"시장개입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게 기본적 입장"이라며 "국제금융시장의 변화 요인을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천1백원선도 깨지나


전문가들은 1천1백10원선이 무너진 상황에서 2000년 9월 기록했던 최저점(종가 1천1백4원40전,장중 1천1백3원80전) 수준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주호 HSBC 이사는 "1천1백3원선이 상징적이긴 하지만 특정 레벨을 고수하지 않는 것으로 정책이 바뀐 이상 최저점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지난 주말에 이어 8일에도 1천1백5원선에서 개입이 있었지만 환율을 상승세로 돌이킬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이진우 농협선물 부장은 "전저점인 1천1백3원선이 깨지면 1천원대까지 밟을 가능성도 있다"며 "그러나 10일로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상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시장은 달러약세 전망


미국 대통령선거라는 불확실성이 제거됐지만 달러화 약세 기조는 오히려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부시의 세금감면 정책과 이라크 전쟁을 위한 재정지출은 달러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부시에 표를 몰아줬던 전통 제조업 중심의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약한 달러'를 지속적으로 용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또 중국 위안화 절상 가능성도 수시로 거론되며 한국 등 아시아국가 통화의 절상압력을 강화하고 있어 원화나 엔화 환율 하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