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달 동안 원화환율 하락폭은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일본에 이어 두번째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지난달 8일 1천1백47원90전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한달 만에 1천1백5원대로 가라앉아 하락폭이 3.7%에 달했다. 반면 주요 수출 경쟁국인 대만과 싱가포르는 같은 기간 환율이 각각 2.4%와 2.1% 떨어지는 데 그쳤고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1% 미만이었다. 엔화환율은 최근 한달간 달러당 1백11엔대에서 1백5엔대로 가라앉아 하락폭이 5.2%에 달했다. 중국이나 홍콩 말레이시아 등은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어 달러화 가치 변동에도 환율 등락이 거의 없다. 따라서 아시아 주요국 중 한국의 환율하락 속도가 일본 다음으로 빠른 셈이다. 원·달러환율 하락폭이 커지면 그 만큼 수출경쟁력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단순 비교할 때 미국시장에서 팔리는 한국제품 가격이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제품보다 한달 만에 2%포인트 가량 비싸진 셈이다. 한 외국계은행 관계자는 "원화 하락폭이 아시아 주요 수출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것은 한국 외환당국이 그동안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 해 왔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인위적인 고(高)환율 정책을 구사해온 결과 주변 여건과는 무관하게 원화환율이 횡보하다가 최근 들어 정부가 시장개입에서 한발 빼자 한꺼번에 무너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