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 고집'이란 별명으로 잘 알려진 최수부 광동제약 회장(68).그는 올 들어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창업 41년째를 맞은 요즘에도 매주 한 차례씩 공장에 내려가 현장경영에 온 힘을 쏟는다. 한방 원료를 직접 고르고 생산제품의 품질을 현장에서 확인한다. 최근엔 광동제약의 발자취를 담은 40년사를 발간했다. 트레이드 마크인 '뚝심경영'이란 제목으로 자서전도 냈다. '비타500'으로 국내 제약산업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내고 있다. 칠순을 앞둔 나이에도 젊은 사람 못지않게 건강하고 활기차게 경영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최 회장을 최근 서울 삼성동 광동제약의 회장 집무실에서 만나봤다. "지난 41년 동안 겪은 어려움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지요.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수십번,수백번을 찍어서라도 넘어뜨리겠다는 '최씨 고집'으로 광동제약을 경영해왔습니다." 최 회장은 철이 들면서부터 지금까지 줄곧 뚝심으로 버텨왔다고 털어놨다. 그는 누구보다도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12살 때 사업가였던 아버지가 사기를 당해 가세가 기울면서 여덟 식구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초등학교를 그만 두고 시장에 나가 장사를 시작했다. 과일 찐빵 담배 해산물 등 안 팔아본 물건이 없었다. "비록 나이는 어렸지만 장사꾼으로서의 원칙이 있었습니다. 질이 떨어지는 물건을 속여 팔거나 이익을 지나치게 남기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당장의 이익을 버리고 손님들에게 신용을 쌓으니 결국에는 장사가 더 잘되더군요." 1960년 군복무를 마친 후에도 최 회장은 여전히 가족들을 부양해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직업이 제약회사 외판사원이었다. 물건 파는 일이라면 누구보다도 잘 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구두 밑창이 두 달 만에 닳아버릴 정도로 쉬지 않고 돌아다니며 제품을 팔았습니다. 3년 연속 판매왕의 자리에 올라선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영업사원을 하면서 큰 돈을 모은 최 회장은 창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집안 공터에 자그마한 공장을 마련하고 20명 남짓의 직원을 고용해 '광동제약사'를 설립했다. 한약인 경옥고 단일품목만을 생산하던 광동제약사는 변비약 '쾌장환'과 부인병 치료제 '비너스환'에 이어 '우황청심원' '쌍화탕' 등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중견 제약회사로 발돋움해 나갔다. 특히 쌍화탕은 기존 제품에 비해 가격이 2배나 비쌌음에도 한 달에 2백만병 이상 팔리는 대히트를 쳤다. 이처럼 사업이 번창했지만 그는 '최씨 고집'을 그대로 지켰다. 쌍화탕 유사제품이 쏟아져 나오자 제품 차별화를 위해 쌍화탕 이름을 '광동탕'으로 바꾸고 값도 2백원에서 3백원으로 올렸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가 됐다. 당시 모든 쌍화탕 제품을 1백50원으로 정하는 '표준가격제'를 실시키로 한 보건사회부의 방침에 어긋났기 때문이었다. "보사부로부터 호출을 받고 장관실로 갔습니다. 하지만 품질에 맞는 가격을 받겠다는 제 고집은 절대 굽히지 않았습니다.결국 광동탕은 원래 가격에서 단 10원도 깎이지 않았지요." 최 회장은 광동제약의 성공이 직원들과 함께 피와 땀을 흘려 이룬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광동제약은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1차부도를 내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노동조합이 상여금을 전액 반납하면서 회사 살리기에 적극 나섰다.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보유 주식 10만주를 직원들에게 무상으로 내놓았지요.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부도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습니다. '신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는 영예까지 안았지요." 그는 요즘 비타500을 앞세워 새로운 도약을 꾀하고 있다. 비타500은 월 2천만병이 팔려나가고 있다. 올해 1천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국내 시장에서 그 동안 부동의 1위 자리를 유지해온 '박카스'를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만치료제 '아디펙스'와 기미·주근깨 치료제 '하이치올C'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에 힘입어 올해엔 매출 2천억원을 올린다는 목표다. 최 회장은 '한방의 세계화를 이룬다'는 큰 꿈을 키우고 있다. 창업이념인 '한방의 과학화'를 실현하기 위해 내년 중국에 현지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한방의 원조인 중국까지 공략하겠다는 포부다. "앞으로도 많은 시련이 있겠지만 그것이 광동제약의 앞길을 가로막지는 못할 것입니다." 최 회장은 "광동의 상징인 거북이처럼 전진하면서 최씨 뚝심을 그대로 밀고나가면 앞으로도 백전불패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