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자유통업계 수익경영 新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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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고객은 우대하고 악마고객은 쫓아내라."
미국 최대 전자제품 유통 업체 베스트바이가 수익성 제고를 위해 고객 차별화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고 9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베스트바이는 올 초부터 소위 돈 안되는 '악마' 고객에겐 불이익을 줘 자연스럽게 멀어지도록 하고,회사 수익에 기여하는 '천사' 고객에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매장을 자주 찾도록 하는 전략을 도입했다.
이 같은 고객 차별화 전략은 이미 금융업계에선 널리 채택된 방식이지만 방문 고객 수를 중시하는 유통 업체에선 위험 부담이 큰 것으로 인식돼 왔다.
◆상습적 반품고객 "요주의"=베스트바이는 구매 정보와 인구통계학적 자료 등을 분석,고객을 천사와 악마로 구분했다.
악마고객 1순위는 할인 혜택을 챙겨 제품을 구입한 뒤 이를 반품시키고 같은 제품을 반품 할인가격에 재구입하는 고객들이다.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 최저가 판매처를 찾아낸 후 베스트바이의 '최저 가격 보장' 정책을 이용,가격을 똑같이 깎아달라고 요구하는 고객도 기피 인물로 꼽힌다.
베스트바이는 매년 매장을 방문하는 5억명의 고객 중 최대 1억명 정도가 이 같은 악마 고객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베스트바이는 악의적인 반품과 재구입을 막기 위해 반품시 제품 가격의 15%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고,반품된 제품을 해당 매장에서 팔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서만 판매토록 하는 방식을 시험삼아 도입했다.
베스트바이가 '천사'로 분류한 이들은 할인 행사 등을 기다리지 않고 고화질TV,휴대용 기기,신규 출시된 DVD 등 마진이 높은 제품을 즐겨 구입하는 고객층이다.
고소득 남성,교외 지역에 사는 자녀를 둔 여성,열렬한 첨단 제품 애호가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숫자상으론 전체 고객의 20% 정도에 불과하지만 수익의 상당 부분에 기여하고 있다.
베스트바이는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쇼핑 도우미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수익성 제고에 최우선 목표=베스트바이의 고객 차별화 전략은 브래드 앤더슨 최고경영자(CEO)가 래리 셀든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자문을 받아 마련했다.
처음엔 내부의 반대가 심했지만 앤더슨 CEO는 서둘러 수익성 위주로 전략을 바꾸지 않을 경우 월마트 등 대형 할인매장과 델컴퓨터 등 온라인 전문 업체와의 틈바구니에 끼여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판단,강행했다.
베스트바이는 서킷시티나 시어스 등 다른 가전 유통 업체들이 고전하는 와중에도 지난해 매출 2백45억달러로 업계 1위를 지키며 5억7천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저가 제품은 월마트가,하이테크 제품은 유통업을 겸하고 있는 델컴퓨터가 맹렬히 추격해 오는 상황이다.
베스트바이는 차별화 전략을 도입한 매장의 판매 실적이 다른 매장들보다 월등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매장 운영 비용 증가 등은 풀어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베스트바이는 현재 6백70개 전체 매장 중 1백곳에서 시행 중인 고객 차별화 전략을 향후 3년에 걸쳐 전 매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