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4대법안' 대응 이러지도 저러지도… 시험대 오른 박근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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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표정이 보기 드물게 어두워졌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공·사석에서 간간이 농담을 하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던 그였다.
그러나 최근엔 달라졌다.
지난 8일 당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박 대표는 이전과 달리 의례적 인사만 할 뿐 굳은 얼굴은 풀지 않았다.
웃음으로 회의를 시작하던 박 대표가 이런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당과 그가 처한 현실 때문이다.
주변에선 박 대표가 지난 7월 취임 이후 최대의 시련기를 맞으며 그의 리더십도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을 한다.
박 대표는 당장 이해찬 국무총리 발언 파문과 관련,등원 여부를 결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여권이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후 형법보완안' 등 이른바 4대 법안에 대한 대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입장이다.
하지만 만만찮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당내 소장파와 보수파간의 첨예한 '노선'갈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양측이 현안마다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의견 수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박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이들 사이에서 명확한 결론을 내리는데 주저하고 있다.
때문에 4대 법안의 경우 이달초까지 당의 대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했지만 '공약(空約)'이 돼 버렸다.
이래서 당 일각에선 지도부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내 이견을 조정하고 적절한 시점에 결론을 도출해야 하는 게 지도자의 리더십인데,시기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4대 법안 중 국보법 개정부분이 가장 초점이 되고 있다.
소장파는 '참칭'부분까지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성향 의원들은 "그렇게 하려면 당을 떠나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두 계파의 이견이 이렇게 팽팽한 가운데 박 대표는 한때 '참칭'부분을 없애고 국보법 명칭도 바꿀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가 보수파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
그후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과거사법 사립학교법 언론관계법 등의 경우에도 소장·보수파의 이견 심화로 국보법의 상황과 그리 다르지 않다.
박 대표의 한 측근은 9일 "박 대표가 어떤 입장을 내놔도 어느 한쪽으로부터는 공격을 당할 수밖에 없다"며 "그만큼 박 대표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그러나 "박 대표가 결단이 필요한 순간에는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사안에 따라서는 단호한 결정을 내리고 이를 힘있게 밀어붙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