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뉴스레이다] 통합거래소, 쓰리쿠션 인사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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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오프닝)
사람을 위해 자리를 만드는 것을 위인설관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굳이 위인설관을 하지 않더라도 있는 자리에 꿰마추기 위해 이리저리 인사를 돌리는 경우가 있는데요.
지금 통합 거래소 이사장 자리가 그런 꼴입니다.
취재기자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패널-오프닝)
통합거래소 이사장 선임을 둘러싼 진통을 살펴봤습니다.
(앵커)
이사장 선임은 지금 한창 진행 중이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잡음이 많은 모양이지요?
(기자)
이달 초부터 이사장 공모가 시작돼 오는 15일까지 재경부 총무과 산하 통합거래소, 정식 명칭은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지원자 접수를 받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진행 과정이 모두 비공개로 이뤄지고 있고요.
후보추천위원회가 어떤 인물들로 구성됐는지… 누가누가 지원을 했는지… 이런 내용들이 모두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워낙 예민한 사안인 만큼 인선에 따른 잡음이나 시비 등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 같은 염려와는 달리 대상 기관인 증권거래소 노조 등에서는 “밀실 인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민간인 추천위원들이 이사장을 뽑는다지만 다분히 요식행위라는 것이고요.
이미 인사의 구도는 알 만한 사람이면 다 알 만하게끔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앵커)
알 만한 사람이면 다 알 만하다… 그게 바로 “쓰리쿠션”이라는 것입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노조가 반발하는 부분이 그것인데요.
통합거래소 출범 논의가 이미 9월경에는 윤곽이 잡힌 만큼 이사장 선임이 10월 중에라도 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노조의 시각입니다.
그런데, 여권에서 부산 선거에서 공이 컸던 정치인 한이헌씨를 밀면서 전통적으로 이사장 선임권을 갖고 있던 재정경제부와 갈등이 불거졌고요.
이 때문에 인사가 지체됐다는 것이죠.
이것도 꼴불견인데, 이제 한이헌씨가 다시 슬그머니 뒤로 물러나는 듯하니까, 이번에는 자리를 놓고 서열을 배려해 삼각구도 형태의 인사를 추진하고 있다는 비난입니다.
즉, 옛 재무부 출신인 이인원 현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거래소 이사장으로 보내고요.
자리가 비는 예금보험공사 사장 자리에 현재 금융연구원에 파견 근무 중인 행시 15회 출신의 김규복 전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을 앉힌다는 것이죠.
당초에는 김규복씨의 이사장 선임 가능성이 유력했지만 거래소 이사장 자리가 최소한 차관급에 해당하는 만큼 서열을 고려해 이인원씨를 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어쨌든 통합 이사장 자리가 무슨 당구공이냐며 반발하고 있는데요.
첫 이사장 선임인만큼 출발이 중요하다며, 정치인 인사, 낙하산 인사… 이런 것은 수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증권거래소 내부도 요즘은 매우 어수선한 편입니다.
(앵커)
하지만 반대한다고 해서 꼭 그 말대로 인사를 하지 못한다… 그것도 곤란하지 않습니까?
(기자)
중요한 것은 선임된 인물이 얼마나 충분한 식견과 능력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인데요.
사실 이것을 따진다면 누구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이인원, 김규복씨 모두 재무통이어서 증권 분야에 대해서는 충분한 식견이 있다고 평가 받고 있고요.
한이헌씨 역시 옛 기획원 출신이지만 정치력도 뛰어나고 청와대 경제수석을 역임한 만큼 두루 식견을 겸비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관리자형 이사장으로서는 누구도 결격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문제는 흔히 말하는 CEO라면 조직의 비전을 제시하고 조직의 발전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인물이라야 하지 않습니까?
이 부분이 미지수이고 이 부분을 검증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라고 하겠습니다.
민간기업의 CEO라면 주가를 갖고서라도 평가할 수 있다지만, 공공기관은 그것도 어렵고요.
그러다 보니, 미래의 비전이 어떻든 현재 무난한 인물이 선임되면 그것에 대해 뚜렷이 반대할 명분도 마땅찮은 게 사실입니다.
여기에 앞서 말씀 드렸듯이 거래소 이사장은 재경부 퇴임 관료의 당연직 정도로 인식돼 온 관행도 한 몫하고 있고요.
결국은 이런 문제들이 복합된 것인데요…
이사장을 어떻게 선임할 것인가… 추천 절차나 지원 방식 추천위원회 구성 등 선임 과 관련된 모든 문제가 통합거래소 출범 이후 다시 한번 논의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재경부에서 지원 접수를 받는 것이 아니라 거래소에서 직접 추천을 받고 후보 추천위원회도 구성하고 후보가 나오면 주주인 시중 증권사의 동의를 받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능력 있는 관료도 후보가 될 수는 있지만 선발 과정에서 현직 관료들이 주도권을 행사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죠.
(앵커)
물망에 오른 사람들은 요즘 운동하느라 발걸음이 분주하다면서요?
(기자)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을 고쳐쓰지 말고 외밭에서는 신발끈을 다시 매지 말라는 말도 있는데… 그런 교훈과는 거리가 먼 듯합니다.
이인원 예보 사장은 재경부 기자단과 축구 일정까지 잡고 지난 주 금요일 재경부를 들러 거나하게 술자리를 벌였고요.
일 년에 한번 정례 행사라지만 해석이 구구합니다.
다른 인사들도 민감한 태도를 감추지 않고 있고요.
“거래소 이사장설이 들리는군요”라면 “제가 갈 자리가 있습니까?”라며 솔깃하는 식이죠.
아직도 늘 소문에 좇고 정보나 찾아다니고… 윗분의 의도가 어떤 것인지… 언론에서 써대는 평이 어떤지… 이런 것에만 민감하니 한편 딱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박재성기자 jspark@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