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시화공단은 국가산업단지인데 '대통령 빽'으로도 도금공장은 입주할 수 없어요. 환경 문제도 중요하다지만 기업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잖아요."(삼성잉크 박영식 사장) "피혁 염색 등의 업종을 3D업종이라며 홀대하는데 3D업종으로 먹고 사는 서민들은 어떡하란 말입니까."(해성AIDA 양영대 회장) 9일 경기도 안산의 경기테크노파크.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산업자원부 중소기업청 등과 공동으로 마련한 '지역경제 회생을 위한 지방순회 간담회'에 참석한 인근 공단 중소기업인들은 "안 그래도 최악의 상황인데 정부는 중소기업의 현실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규제만 양산하고 있다"고 앞다퉈 불만을 터뜨렸다. ◆"초일류 기업에나 맞는 규제" 국내 최대 중소 부품소재기업 집적단지인 이 지역의 공장가동률은 전국 평균(88.2%)에도 한참 못 미치는 77.9%.외환위기(67.0%)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는 게 중소기업인들의 전언이다. 기업 사정은 이렇게 어려운데 정부의 규제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새로 만들어내는 규제를 보면 세계 최고 기업에나 맞는 제도입니다. 이런 규제를 영세한 중소기업에 강요하니 사업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와 같지요. 미국 같은 선진국들이 환경 규제를 시행할 때 기업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충분히 배려하는 모습을 우리 정부엔 기대할 수 없습니다."(한륙전자 정인일 사장) "도금 피혁 등 영세기업에 하수에 포함된 질소 성분을 '3백∼4백ppm'에서 어느날 갑자기 '60ppm'으로 맞추라고 합니다. 아니면 벌과금을 몇억원씩이나 내라고 합니다. 참여정부는 규제를 완화한다고 하지만 기업들은 정부가 너무 규제일변도로 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공장 확장할 땅이 없다" 20년 가까이 한우물만 파면서 사업을 키워왔다는 삼성잉크 박영식 사장은 "수도권 규제,공장총량규제 등으로 땅을 1천평 확보해도 공장은 2백평밖에 지을 수 없다"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동화 설비를 깔고 회사 규모를 키우려면 4천∼5천평은 있어야 하는데 경기도에선 갈 곳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박 사장은 "열심히 사업해서 번 돈으로 앞으로 펼칠 사업계획은 세웠는데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느냐" 하고 가슴을 두드렸다. 중소기업인들은 단체수의계약제도가 폐지되는 틈을 중국 기업들이 파고들면 수많은 기업이 망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이종혁 경기도콘크리트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단체수의계약제도 폐지로 인해 중소기업 간 과도한 경쟁이 벌어지면 품질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 중소기업들이 공멸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산=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