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둘러싼 토론회가 열렸으나 정부가 업계의 일부 요구사항을 뒤늦게 받아들여 토론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식품공업협회 등 27개 식품관련 단체가 정부 개정안의 부당성을 성토하고 업계의 개선요구안을 정부측에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 오후 1시30분부터 진행된 토론장에는 4백여명의 업계 종사자들이 참석,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오후 4시까지만 해도 토론은 갑론을박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주요 쟁점 중 몇개 안건이 국무회의에서 업계 요구대로 받아들여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토론장 분위기는 순간 썰렁해 졌다. 토론 주최측인 식품공업협회 관계자가 "업계 요구가 개정안 조항에 상당 부분 받아들여졌다"면서 "일부 조항이 완화된 데 대해 감사한다"고 하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던 업계쪽 패널들이 어색해져 버린 것. 이날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업계가 수정을 요구한 7개 조항 중 4개항을 받아들였다. 식품 위해성과 관련이 없는 위반사안까지 제품을 자진 회수토록 한 조항(31조2)은 인체에 위해한 식품만을 회수하도록 수위가 조절됐다. 또 사업체의 명칭 등을 공개토록 한 조항(71조3)도 행정처분의 종류에 관계없이 경미한 위반행위를 한 경우에서 품목제조 정지나 영업정지처분을 받은 경우로 완화됐다. 위해식품을 제조한 경우 1년 이상,고의로 위해식품을 만든 경우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조항(74조2)도 고의사범에 국한해 형량하한제(예를 들어 3년미만)를 적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토론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열을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정 식품위생법안이 이날 국무회의에 상정되고 내용도 상당 부분 완화된다는 정보도 모른 채 업계 사람들을 끌어 모은 협회의 체면이 구겨졌다"며 "업계 요구가 어느 정도 받아들여지게 한 공로가 있지만 왠지 기분이 안좋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을 마련할 때나 마련한 후 심의과정에서 정부와 관련업계가 보여준 엇박자는 우리나라 식품관련법의 후진성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는 한 참석자의 말이 제격이었다. 고기완 생활경제부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