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전 이전 산파役 박광태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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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가전부문을 광주로 이전해 주실 것을 수차례 건의드렸습니다만 막상 계획이 확정됐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가슴 벅차고 기쁜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지난 2월 현대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법정구속된 박광태 광주시장(사진)은 교도소에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백색가전라인의 광주 이전이 결정난 후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편지를 썼다.
윤 부회장에게 보낸 편지는 4통.모두가 삼성전자 가전라인이 광주로 이전돼야 한다는 박 시장의 절절한 호소가 담긴 내용이었다.
"내가 (광주로) 못 돌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삼성전자만은 (광주로) 와야 한다는 일념뿐이었습니다." 그리고 6개월여 뒤 가전라인이 옮겨옴에 따라 광주는 국내 최대 가전집적지로 발돋움한다는 꿈을 펼치게 됐다.
지난 7월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고 풀려난 박 시장도 이 일의 성사로 '경제시장'으로서의 면모를 확고히 하며 시민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박 시장이 삼성 백색가전 광주 이전의 산파역을 맡게 된 것은 지난 94년 11월.삼성그룹이 승용차사업에 진출한다는 발표를 하면서부터다.
당시 국회통상산업위원회 간사를 맡았던 박 시장은 서울 삼성 본사를 방문,광주 삼성전자로 수원공장의 가전라인을 이전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어 95년 수원공장 냉장고 라인 광주 이전과 함께 97년까지 가전라인을 모두 옮기겠다는 약속을 이끌어냈다.
순조롭던 이전 일정에 IMF라는 변수가 생기면서 계획은 미궁에 빠졌다.
삼성이 자금 사정을 이유로 이전을 무기연기했다.
또 부산 삼성자동차 정리에 따른 부산 민심 달래기를 위해 백색가전의 부산 이전 발표까지 있었다.
이런 가운데 수원 상공인과 광주 상공회의소 등의 잇단 광주 이전 요구가 있었고,당시 국회산자위원장이었던 박 시장은 재차 광주지역 인사들과 삼성 본사를 찾아가 이전 약속을 촉구했다.
자칫 지역 갈등을 빚을 뻔했던 삼성 백색가전은 결국 광주 이전으로 결실을 보게 됐다.
투자유치 관계로 미국 출장 중인 박 시장은 국제전화를 통해 "꼭 10년을 매달려 어렵사리 이룬 결실이니 만큼 값지게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광주를 세계적 전자산업의 메카로 육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