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풍운아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죽음이 중동평화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그의 죽음은 피비린내 나는 오랜갈등을 겪고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 뿐 아니라 중동 전체, 더 나아가 세계평화와도 직결되어 있다. 그러나 그 파장이 어떤 형태로 어떤 범위까지 미치리라고예단할 수 없다는 점으로 인해 현실적인 대응책 마련에 어려움이 있다. 우선 중동 국가들의 입장에서 볼 때 현 상황을 더욱 혼미한 국면으로 몰아 넣을수도 있는 반면에 평화로 가는 길의 걸림돌이 제거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이슬람 단체인 하마스가 정권 쟁취를 위해 쿠데타를 시도할 가능성 및 정파간유혈충돌과 테러에서부터 2인자로의 순조로운 권력 이양까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아라파트 후계자의 확정 전후 한동안 혼미한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아라파트 스스로 자신을 지나치게 과신한 탓에 후계자 육성에 소홀히 한데다 이스라엘 땅에 이슬람 국가를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하마스의 급부상 때문이다. 설령 후계자가 확정된다손 치더라도 지난 36년간 팔레스타인 독립운동의 상징이었던 아라파트만큼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 미지수인 것이다. 또 지난 수년간아라파트와의 협상을 거부해온 이스라엘이 어떻게 나올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벌써 아라파트의 장례장소와 장지를 둘러싸고 양측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앞으로 국제정치의 핫이슈로 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세계가 주시하는대상은 재집권에 성공한 조지 부시 대통령의 중동 정책일 것이다. 한치 앞을 내다볼수 없는 이라크 사태에다 테러와의 전쟁에 직면해 있는 부시가 아라파트의 죽음을계기로 어떤 해법을 들고 나올지 모르기에 그렇다. 여기에서 우리는 부시가 더욱 강력해진 리더십을 바탕으로 중동 평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촉구한다. 지금까 지의 힘을 앞세운 일방주의적인 정책보다는 관련 당사국들의 의견을 조율해 명실상부 세계 초강국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하기를 바란다. 중동에서의 움직임 하나 하나에 춤추고 있는 국제유가 등 경제문제 역시 지대한영향을 받을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서라도 중동산 원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아라파트 사후의 중동 사태에 지대한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다. 아라파트의 사망은 단순한 팔레스타인 지도자의 죽음이라는 의미를 넘어 중동질서의새로운 재편을 잉태케 하는 전기가 된다는 점에서 정부당국의 세심하고 주도면밀한대응책 마련과 외교노력을 기대해 본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