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월터 헤이건) 올림픽에서는 금메달리스트뿐 아니라 은·동메달리스트에게까지 스포트라이트가 비쳐진다. 그러나 골프,특히 프로골프의 세계에서 2위는 별로 조명을 받지 못한다. 2위에게는 트로피도 주어지지 않으며,상금도 1위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1타차 또는 연장전 끝에 승부가 가름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도 1위와 2위 사이에는 하늘과 땅만큼의 격차가 있는 것이다. 팬들도 챔피언에게만 갈채를 보내지,2위는 기억조차 하지 않는다. 올해 미국 LPGA투어의 '히로인'은 애니카 소렌스탐이다. 시즌 7승을 올리며 다른 선수들의 추격을 멀찍이 따돌렸다. 그 반면 박지은은 일곱차례나 2위에 머물렀다. 소렌스탐과 박지은 중 누가 더 팬들의 뇌리에 남아있을지는 불문가지다. 아마추어 골프세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처음부터 기량차이가 있다면 모르겠으나 핸디캡이 비슷한 4명의 '라이벌'이 맞붙는다면 당연히 1위를 하도록 모든 힘을 쏟아부어야 한다. 그래야 기량도 늘어나고,골프에 재미도 붙일수 있는 법이다. 월터 헤이건(1892∼1969·미국)은 그의 말만큼이나 승부욕이 강한 선수였다. 1924년부터 1927년까지 4년연속 USPGA선수권대회를 석권한 것은 물론 그런 집념의 결과였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