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無名) 속에 묻혀있는 무명(木綿)으로 최고의 '아트 웨어'(art wear)를 만들겠습니다." 최근 서울 청담동 동덕여대 디자인연구센터에서 '무명으로 만든 옷' 전시회를 연 디자이너 문광자씨(58)는 "무명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고품격 소재"라며 이렇게 말했다. 조선대 의상학과,국제복장학원을 나와 전남 광주·서울 등에서 의상실 '드맹'(Demain)을 운영하고 있는 문씨는 40여년 간 고급 맞춤복을 만들어 온 유명 패션 디자이너. 지난 91년 자연염색 대가인 한광석씨와의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치자·쪽·홍화 등을 사용해 천연 염색한 무명으로 독특하고 창의적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무명은 그 질감과 색감이 담백하면서도 기품이 넘칩니다. 여름엔 한겹,봄·가을엔 두겹,겨울엔 솜을 덧대 사시사철 옷을 만들 수 있어 실용적이까지 하죠. '무명 수명은 1백년이 간다'고 할 정도로 내구성도 뛰어납니다. 하지만 일일이 사람 손을 거쳐 물레로 실을 뽑고 베틀로 직물을 짜야 하는 데다 60∼70년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며 대량 생산된 합성섬유에 밀려 예전엔 그 흔하던 무명이 지금은 재래시장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들게 됐죠. 사라져가는 한국의 토속 직물을 부활시키고 싶다는 생각에 이번 전시회를 마련했습니다." '무명-디자이너 문광자의 무명으로 만든 옷'(늘푸른소나무) 출판기념회를 겸해 13일까지 열리는 전시회에서 문씨는 한 폭의 현대 회화같은 느낌을 주는 다양한 색감의 무명 드레스 40벌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수수하면서도 고상한 최고급 소재인 무명으로 한국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