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회장 장모씨(77) 일가 납치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은 사건발생 사흘째인 12일 새벽 유력한 용의자 김모씨(30)의 집(서울 홍제동) 주변에 잠복해 있다가 귀가하는 김씨를 체포해 범행일체를 자백받았다.


장모 회장의 전직 운전사인 김모씨(30)는 주식 투자로 진 빚 1억원을 갚기 위해 범행을 계획했으며 인터넷을 통해 범행을 제안하고 공범을 모집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공범을 모으는 과정에서 인터넷을 통해 접촉했던 사람들이 김씨로부터 제안받은 내용을 지난 11일 경찰에 제보함으로써 김씨는 덜미를 잡혔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을 통해 범행을 모의하고 실행에 옮겼지만 결국 인터넷에서 '익명성'을 매개로 만난 사람들의 제보로 김씨의 '한탕'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2002년 7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10개월 남짓 장 회장의 개인 운전사로 일했던 김씨는 2002년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가 1억원의 빚을 졌다.


김씨는 지난해 4월 운전사 일을 그만둔 후 본격적으로 범행을 결심하고 8월부터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공범을 모으기로 계획했다.


김씨는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인터넷 카페에서 공범을 모았던 범행 사례를 떠올린 뒤 유명 포털 사이트의 전과자 게시판 등을 찾아다니며 범행 계획을 짰다.


전과자 게시판에서 별 소득을 얻지 못한 김씨는 포털사이트에서 범행을 공모하는 '한탕' 게시판에 '2명 필요,5천만원 보장''멋지게 한탕하자' 등의 광고를 수십 차례 올렸다.


관심을 보이는 이들에게 자신에게 쪽지를 보내거나 연락처를 남기라고 한 뒤 공중전화로 접촉,구체적인 동참 의사가 있으면 직접 만나 범행 계획을 설명하기도 했다.


김씨는 이런 방법으로 공범 2명을 모았으며 범행에 가담한 나머지 4∼5명은 공범들이 따로 모집했다.


김씨는 평소 장 회장이 일주일에 4∼5차례 경기 양평군 단월면 등산로를 찾았던 점에 착안,납치 범행 장소를 양평으로 정했다.


사건 당일 범인들은 장 회장 일가가 등산을 시작하기 직전에 나타나 납치한 뒤 서울로 이동하면서 장 회장의 아들에게 전화로 피랍사실을 알린 뒤 "몸값 5억원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회사의 본사가 있는 서울 중구 소공동의 주거래은행 인근에서 장 회장의 아들 등 회사 관계자들로부터 '몸값'을 받은 뒤 남산 3호터널 인근에서 인질들을 풀어주고 강남쪽으로 달아났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