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는 12일 "한·미 관계는 오래된 목조전투선과 같아서 아직 떠있기는 하지만 빨리 손질하지 않으면 가라앉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정례모임에서 '미국인의 눈으로 새롭게 조명한 한·미관계'라는 주제의 연설을 통해 "한국은 북핵위기,한·미관계위기,세대간 갈등의 위기 등 세 가지 위기를 겪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세 가지 위기는 모두 북한과 연관된 것이어서 북한 문제를 잘 매듭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레그 전 대사는 "북한의 정권교체는 내부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라크의 정권교체를 이뤄냈지만 기대했던 것처럼 이라크 국민들이 정권교체를 환영하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북한 문제는 힘의 논리 보다는 외교나 대화로 풀어야 한다"며 "그러나 미국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외교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다고 북한은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잘못된 정보로 전쟁을 일으켰다"며 "북한의 농축우라늄 보유 여부 등 대북한 정보에 대해서도 재고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