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당할 수만 없다." 미국산 음반,영상물 등의 국내 불법복제 등을 문제삼아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라'는 통상압력을 행사해온 미국에 대해 한국 정부가 거꾸로 "미국 내 한국 영상물 저작권 보호조치가 미흡하다"며 '맞불'을 놔 눈길을 끌고 있다. 12일 통상교섭본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0,11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통상현안 점검회의에서 미국측에 한국 드라마·영화의 미국 내 불법복제를 막아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 정부가 미국과의 공식 통상협상 자리에서 지재권 관련 요구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로 정부는 '한류'(韓流)열풍을 타고 미국 내 중국인들 사이에서 불법복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겨울연가''태극기 휘날리며' 등 저작권 보호대상 71개 영상물 목록도 미국측에 전달했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을 지재권 보호 '우선감시대상국'(PWL)으로 지정하며 지재권 문제를 우회적인 통상압력 수단으로 사용해 왔으나 한국측의 이 같은 돌발 요구에 대해 적잖이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미국 협상단이 적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변하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며 "미국의 일방적인 통상공세에 휘둘렸던 과거와는 달리 2∼3년 전부터는 양국간 통상협상이 얻을 것은 얻고 줄 것은 주는 쪽으로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