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밥 굶는 세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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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을 새웠고,오늘은 아침과 점심도 굶었습니다."
재정경제부가 보유세제 개편안을 발표한 지난 11일 오후.
브리핑시간이 너무 늦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이종규 재경부 세제실장은 이렇게 양해부터 구했다.
여느 때보다 힘이 빠진 목소리에 다소 초췌한 얼굴.
안쓰러운 마음이 앞섰지만 왜 굳이 그래야만 했는 지에 대해서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주택이나 땅을 가진 모든 국민에게 해당되는 중요한 사안을 이처럼 시간에 쫓겨가며 마련하는 게 바람직한 걸까.
이날 오전에 열린 여당과의 당정협의가 길어져 발표가 늦었다는 해명이었지만 설득력은 약했다.
부동산세제 문제는 당정협의를 며칠 미뤄서라도 최대한 꼼꼼히 따져봐야 할 민감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자료배포 시점도 부적절했다.
보유세제 개편안에 대한 설명자료는 기사 마감시간을 겨우 두어시간 앞둔 오후 2시가 다 돼서야 기자들 손에 쥐어졌다.
세제(稅制)에 밝은 기자라도 내용을 완전하게 소화하기엔 너무 촉박한 시간이었다.
발표자료에 포함된 내용도 부실했다.
세부담 증가 사례에 정작 가장 관심을 끈 강남 고가 아파트는 빠져 있었고 올해와 내년 세액은 보유세에 붙는 부가세를 빼고 계산해 국민들의 체감 세부담과는 동떨어졌다.
전체적인 파장을 가늠할 수 있는 수치도 없었다.
"이번 보유세 개편으로 세부담이 증가하는 대상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이 실장은 "30∼40% 정도"라고 대답했다가 정확한 수치를 재차 캐묻자 "대략 감(感)이 그 정도라는 얘기"라고 얼버무렸다.
당초 재경부는 보유세제 개편안을 지난 달 발표하기로 했다가 이달 초로 미뤘고,실제 발표는 이보다 1주일 가량 더 늦춰졌다.
보도 시점마저 예측이 안되는 판에 이 제도가 미칠 영향을 재경부가 과연 정확하게 내다보고 있는 지 의문이다.
안재석 경제부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