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생 올겨울 더 춥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취업시장으로,결혼시장으로..."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사법연수원생 김모(31.34기)씨는 요즘 입맛이 부쩍 떨어졌다.
지난달 15일 마지막 기말고사가 끝나면서 본격적인 취업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성과가 영 시원치 않은 탓이다.
그는 "연수원 동기 1천여명 중에서 임관성적권에 들 자신은 없고,괜찮은 로펌은 이미 알음알음 모집을 끝낸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김씨는 "막차라도 잡아야한다는 절박감을 호소하는 동료들이 적지 않다"며 "개업은 '6개월간 굶을 자신이 있느냐'는 한 선배의 충고를 들은 뒤부터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라고 털어놨다.
김씨의 절박감은 어느 때보다 치열해진 변호사 시장구조 때문이다.
경력 변호사와 검사 중 일부를 판사로 채용하는 '법조일원화'가 시행돼 내년 판사 임용 인원이 작년보다 20여명 줄었다.
게다가 변호사를 뽑는 로펌수도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다.
성적을 따지는 로펌의 관행도 여전하다.
특히 요즘엔 회계사나 공대출신 변호사 등 이른바 '멀티플레이어'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져 김씨같은 인문계 비전공자들의 입지가 쪼그라들고 있는 추세다.
임용을 포기한 경우는 아니지만 준수한 성적의 사법연수원생도 갑갑하기는 마찬가지다.
연수원 1년차 등수가 2백위권인 이모씨(30·연수원34기)는 "판·검사가 확실한 몇몇을 제외하곤 로펌이 최대승부처"라며 "이런 저런 인맥을 총동원해 줄을 대고있지만 신통치 않다"고 하소연했다.
여기에다 최근들어 청첩장을 내미는 동료연수원생들이 크게 늘면서 괜한 초조감까지 겹쳤다.
한 연수원생은 "같은 반 소속 62명에서 기혼자를 뺀 약 45명 가운데 이번에 6명이 결혼식을 올린다"며 결혼도 경쟁으로 느껴진다는 눈치다.
사법고시에 합격하면 골라서 결혼한다는 얘기는 옛말이 됐다. 사법연수원생 가운데는 스스로 결혼전문업체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한 결혼 정보업체 관계자는 "회원가입에 적극적인 연수원생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며 "하지만 처음부터 변호사로 나서는 연수원생들을 소개받는 여성들이 연수원 성적과 집안 배경 등에 민감해 여기서도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