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유지담 대법관)는 12일 현대비자금 1백50억원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사진)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2년에 추징금 1백48억5천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1백50억원 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대북송금 특검 이후 현대 비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돼 몰락했던 박 전 장관은 뇌물수수 정치인이라는 불명예를 씻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 전 장관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알려진 김영완씨가 미국에서 작성한 진술서에 대한 증거능력이 없는 데다,박 전 장관에게 1백50억원을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했다는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진술도 석연치 않다"고 밝혔다. 해외도피 중인 상태에서 변호인을 통해 검찰에 진술서를 제출한 김씨는 재판과정에서 박 전 장관이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에게 뇌물을 요구했고 박 전 장관에게서 1백50억원어치 양도성 예금증서(CD)를 건네받아 돈세탁한 뒤 수시로 박 전 장관에게 이를 지급했다고 밝혔었다. 박 전 장관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직전 북한에 5억달러를 불법 송금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작년 6월 구속기소된 뒤 현대 측으로부터 1억원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1백50장을 수수한 혐의 등이 드러나 추가 기소됐다. 이에 대해 이번 사건을 맡은 검찰 측은 "원심을 판단한 고법이 이익치 전 회장의 진술을 신빙성이 높게 보고 있으므로,이를 보완해 법원의 심증을 확실히 하도록 하겠다"며 "검찰은 박씨가 1백50억원을 받았다는 점을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해 대북송금 특검과정에서 밝혀진 박 전 장관의 직권남용,외국환거래법 위반,SK그룹에서 7천만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확정해 이에 대한 형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 전 장관은 지병인 녹내장 치료를 위해 지난 7월과 9월 두번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나 S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최근 다시 재수감 됐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