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3:30
수정2006.04.02 13:33
대법원 2부(주심 유지담 대법관)는 12일 현대 비자금 1백50억원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사진)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2년에 추징금 1백48억5천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1백50억원 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대북송금 특검 이후 현대 비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박 전 장관은 뇌물수수 정치인이라는 불명예를 씻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영완씨가 외국에서 변호사를 불러들여 작성한 2차례의 진술서는 작성경위가 비정상적이고 내용도 의심스럽다"며 "특히 피고인이 해명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박 전 장관의 자금관리인으로 지목된 인물로 현재 미국에 체류하고 있다.
재판부는 또 "박 전 장관에게 양도성예금증서(CD) 1백50억원어치를 직접 전달했다는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진술 역시 사리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고 피고인을 만난 시간에 일관성이 없어 믿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검찰수사에서 "박 전 장관이 남북정상회담에 필요하다며 자금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고 이 같은 뜻을 고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에게 전달했다"며 "이후 박 전 장관이 현대 측으로부터 받은 1백50억원어치 CD를 건네받아 돈세탁한 뒤 수시로 박 전 장관에게 지급했다"고 진술해왔다. 이 전 회장은 정 전 회장의 지시로 박 전장관에게 직접 CD를 전달한 뒤 이를 정 전 회장에게 사후보고했다고 진술했었다.
박 전 장관은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직전 북한에 5억달러를 불법 송금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작년 6월 구속기소된 뒤 현대 측으로부터 1백50억원을 수수한 혐의가 불거져 추가 기소돼 두사건에 대한 재판을 함께 받아왔다.
이번 사건을 맡은 검찰 측은 "검찰은 박씨가 1백50억원을 받았다는 점을 확신하고 있다"며 "증거 등을 보완해 유죄를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