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넘게 팔레스타인 민족의 독립 투쟁을이끌어온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유해가 12일 오후(현지시간)군중들의 애도 속에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의 자치정부 청사(무카타) 구내 묘지에 안장됐다. 이날 오전 이집트 카이로에서 장례식을 마치고 라말라로 옮겨진 아라파트 수반의 유해는 이슬람 성직자들이 쿠란을 낭송한뒤 기도를 올리는 가운데 나무 그늘이드리워진 무카타 내 대리석 묘지에 안장됐다. 아라파트 수반의 시신은 그가 묻히길 열망했던 예루살렘의 흙과 팔레스타인 국기, 꽃다발, 그리고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검은색과 흰색 체크무늬의 머릿수건 아래에 묻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아라파트 수반의 임종을 지켜봤던 타이시르 엘 타미미 팔레스타인 종교법원장이예루살렘에서 가져온 흙을 관 위에 뿌렸으며 마흐무드 압바스 신임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의장과 아흐마드 쿠라이 총리 등 팔레스타인 지도부와 군중들도 아라파트수반의 안장 직후 함께 기도를 올렸다. 건강이 급속히 악화된 아라파트 수반은 지난달 29일 이스라엘군에 의해 3년 가까이 갇혀있던 무카타를 떠나 프랑스로 향했으나 평생 투쟁해온 팔레스타인 독립의꿈을 이루지 못한 채 주검으로 돌아와 그의 마지막 투쟁장소인 무카타에 영면했다. 아라파트 수반이 묻힌 무카타 주변 거리에는 이날 10만여명의 주민이 몰려들어고인의 죽음을 애도했으며 이중 수 천 명은 경찰의 제지를 뚫고 무카타 구내로 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라파트 수반의 유해는 묻히기 전 정장(正裝) 안치될 예정이었으나 격앙된 군중들의 감정을 고려해 앞당겨 안장됐다고 한 관리는 말했다. 아라파트 수반의 유해가 헬기에서 차량 편으로 옮겨져 무카타로 이동하는 동안군중들은 "피와 영혼을 바쳐 당신을 지지합니다. 아라파트!"라고 외치며 애통해했고,몰려드는 군중을 제지하기 위해 경찰이 공포탄 등을 쏘는 과정에서 최소한 4명이 부상했다. 앞서 이날 오전 이집트 카이로의 알 갈라아 군 병원내 모스크에서는 아라파트수반의 장례식이 엄수됐다. 장례식은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사우디 아라비아의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왕세자, 아흐마드 쿠라이 팔레스타인 총리를 비롯해 전세계 50여개국 조문사절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 아라파트 수반의 시신이 담긴 목관은 이날 오전 10시께 팔레스타인 기(旗)에 덮인 6마리 말이 끄는 포차(砲車)에 실려 장례식장으로 옮겨졌다. 장례식은 수니 이슬람 최고 권위기구인 알-아즈하르의 셰이크 모하마드 사이드탄타위가 주재했다. 셰이크 탄타위는 "아라파트 수반은 용기와 정직함으로 팔레스타인 대의명분의 수호자로서 의무를 충실히 수행했다"고 기리고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4번 외쳤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조문 사절은 화려한 꽃과 카펫으로 장식된 장례식 텐트에서 아라파트 수반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으며 장례식 주관자인 무바라크 대통령이조문단을 일일이 맞으며 사의를 표시했다. 의식이 끝난 뒤 아라파트의 관은 포차에 실려 알-갈라아 병원 뒷편 알-마자 공군기지로 옮겨졌다. 장례식장에서 공군기지까지 수백m 거리를 무바라크 대통령과 각국 조문사절, 아라파트 수반의 미망인 수하 여사와 딸 자흐와, 수잔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부인등이 함께 걸으며 고인을 배웅했다. 아라파트 수반의 관은 대기중이던 C-130 허큘리스 수송기에 실렸으며 수송기는이날 오전 11시55분 공항을 이륙했다. 수송기는 45분 후 알-아리쉬에 도착했으며,아라파트 수반의 관은 그곳에서 헬리콥터에 옮겨져 라말라로 직행했다. 장례식에는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우리 정부 조문대표로 장례식에 참석했으며 무바라크 대통령 이외에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 사우디의 압둘라 왕세제,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 튀니지의 진 엘딘 벤 알리 대통령 등 아랍 국가수반이 참석했고 미국과 영국에서는 윌리엄 번스 중동특사와 잭 스트로 외무장관이 각각 참석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