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참여정부 정책 실패하는 이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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羅城麟 <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
참여정부가 여러가지 개혁입법과 경제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제대로 입법화되지 않거나 실패하고 있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정책담당자들은 아직 그 이유를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 실패의 첫번째 이유는 개혁의 추진방법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선 서두르지 말고 철저히 준비해야 하고,전문가들의 공감대를 얻어야 하고,그 다음에 언론,즉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하고,마지막으로 개혁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집단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미 위헌 판결이 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비롯해 현재 추진중인 과거사 청산,국보법 폐지,언론개혁,사립학교 개혁과 관련된 4대 개혁입법들,그리고 최근의 종합부동산세제 등이 하나같이 이러한 개혁의 성공 요건을 무시하고 있다.
이 모든 개혁입법들이 학계조차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몇몇 전문가들에 의해 서둘러 입안되고 있기에 내적 정합성과 현실성이 부족하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연구하고 토론할 뿐 전문가들의 검증을 받고 이해를 구하는 작업을 생략하고 있다.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만 해도 자기들끼리 전국을 돌며 공청회를 열고 객관적 의견을 내놓을 수 있는 전문가 그룹을 철저히 배제시켰다.
이런 상황에선 전문가들이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서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제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우리 부동산세제가 불공평하고 부동산투기를 막는데 취약했기에 전문가들은 과표를 현실화해서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를 인하해야 한다고 건의해 왔다.
이번 종합부동산세제안이 이러한 취지를 받아들인 것까지는 좋았지만 지나치게 부의 재분배를 강조해 고액재산가들에 초점을 맞춰 유례없는 국세분을 도입하고 중과세하는 바람에 지방자치단체들과 갑자기 높은 재산세 부담을 떠안게 된 사람들의 조세저항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부동산세를 지방세로 그냥 두고 점진적으로 과표를 현실화해가면서 건물과 토지를 합한 누진 종합재산세를 도입하면 큰 저항없이 과세형평성과 부동산투기 억제라는 두 가지 효과를 자연스럽게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철저한 준비와 전문가들의 검증을 거친 다음 모든 개혁입법은 일반 국민들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이는 언론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처음부터 언론을 타도해야 할 적으로 간주하고 끊임없는 싸움을 벌여 왔기에 대국민 홍보전에서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의 주구 노릇을 해왔던 몇몇 방송사는 그대로 둔 채 비판적 신문들을 옥죄려는 언론개혁법 또한 편집권의 독립,공정거래와 같은 바람직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불공평성 비판에 직면해 있다.
그리고 독과점이론에도 전혀 맞지 않고 공정거래위원회조차 우려하는 신문점유율 규제를 포함함으로써 이 나라 자유민주주의 근간마저 위협하고 있다.
참여정부의 정책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두번째 이유는 시장경제에 있어 인센티브의 원리를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침체의 근본 이유가 기업투자 부진에 있기에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는 데 대해선 시간이 좀 걸렸지만 참여정부도 이제 이해를 한 것 같다.
그런데 그 투자를 유도하는 방법이 아직 문제다.
최근에 기업투자 유도의 일환으로 기업도시를 대안으로 수용한 것까지는 옳았다.
그러나 여당 일각에서 기업도시로 인해 기업들이 지나치게 특혜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하며 제동을 걸고 있다.
상당 수준의 투자유인이 없이 어느 기업이 투자를 하겠는가.
투자유인을 과감히 주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선 나중에 적절하게 세금으로 환수하면 기업도 좋고 정부도 좋을 텐데 기업들이 이익을 가져가는데 대해 미리부터 배 아파하고 투자를 막는다면 도대체 어떻게 경제를 살리고 서민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인지 참으로 답답하다.
"배고픈 건 참아도 배아픈 건 못 참는다"는 정서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정권핵심에 있는 사람들이 그런 하향평준화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은 계속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