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이 갈수록 후퇴하는 양상이다. 이헌재 부총리가 엊그제 정례 브리핑에서 올 3분기와 4분기 성장률이 5%에 못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간기준으로 잘하면 5%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반기 성장률이 4%대로 떨어지면 올 연간 성장률 역시 4%대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게다가 미 골드만삭스는 한국의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0%에서 3.7%로 하향 조정했다는 소식이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자꾸만 멀어져 가는 것 같다. 경제 현장에서도 우울한 진단이 나오고 있다. 전경련 등 재계는 우리 경제가 민간소비 부진 장기화와 수출증가율 5개월 연속 둔화 등으로 이미 장기침체 신호인 '더블딥'에 진입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이 부총리는 한국경제를 체력이 약한 감기환자에 비유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한 어려운 위기상황임이 분명하다. 수출 증가세가 둔화돼 성장 기여도가 낮아지면 내수회복이 중요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때문에 정부는 이른바 한국판 뉴딜이라는 종합투자계획에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하지만 얼마만큼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 적지않은 것이 사실이다. 근본적으로 민간부문의 투자와 소비심리를 되살리지 않고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이 예상을 뒤엎고 콜금리를 인하했지만 그 역시 효과에 대한 회의가 없지 않다. 현재의 경제 상황이 결코 간단치 않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사정이 그런데도 정부 여당의 자세는 답답하기만 하다. 경제살리기 환경 조성은커녕 오히려 찬물을 끼얹는 것같은 느낌조차 든다. 재계가 출자총액제한제 적용대상 축소 등 공정법 개정 수정안을 제안한 것에 대한 여당의 반응이 그 단적인 사례다. 그런 제안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한 이해는 없이 부정적인 입장 일색이다. 그런 분위기라면 무슨 수로 기업의 투자의욕을 되살릴 수 있겠는가. 정부가 고소득층 소비부진의 원인 분석을 통계청 등에 의뢰해 놨다고 하지만 과연 고소득층이 지갑을 열 수 있는 상황인지는 자문해 보면 알 일이다. 경제주체의 불안감과 비관적인 심리 해소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성장률이 이렇게 추락하면 최근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빈곤대책 등 복지ㆍ분배정책도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능력의 범위를 벗어나 이런 정책들을 추진하게 되면 성장잠재력만 갉아먹고 결국 빈곤층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꼴이 될수 있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정부와 정치권 모두 비상한 각오로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 창출에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