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요 기업에 대해 경영권 위협을 무기로 우선주를 고가에 매입,소각할 것을 강요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특히 지배구조가 취약한 우량 기업의 지분을 대량 매집해 주요 주주가 된 뒤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에 대해 매입 후 소각을 요구,막대한 평가차익을 올리고 있어 해당 업체들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SK㈜와 삼성물산 등이 대표적인 예다. 외국인들은 SK㈜가 소버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틈을 이용,지난 9월 우선주 10만주를 매입한 뒤 소각을 요구해 관철시킨 데 이어 최근 추가 소각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물산도 마찬가지다. 영국계 헤르메스펀드는 5% 이상의 지분을 가진 주요 주주인 점을 이용,올초부터 삼성물산에 대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매각과 함께 우선주의 매입 후 소각을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다. 한솔제지는 지난 5월 외국인 등 주주들의 요구에 밀려 우선주 86만주 전량을 사들인 뒤 소각했다. 외국인들이 우선주 소각을 요구하는 것은 주가를 띄워 투자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실제 SK㈜ 우선주는 지난 7월 회사측이 소각을 결의한 뒤 급등해 7월 당시 1만7천원대에서 이달 12일에는 5만6천5백원으로 3배 이상 치솟았다. 같은 기간 SK㈜ 보통주의 주가상승률 1백18%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외국인들이 이 과정에서 우선주를 대량 매집해 이들의 우선주 비중은 연초 39%에서 지난 12일 현재 69%로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삼성물산 우선주 주가도 연초 4천9백50원에서 이달 12일 현재 8천80원으로 62.4% 상승했다. 외국인들은 이 과정에서 우선주 비중을 연초 1%에서 31%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현재 외국인의 경영권 위협은 없지만 단일 외국계 펀드가 5%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는 우량업체들은 비슷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예컨대 외국인의 우선주 비중이 80%를 넘는 현대자동차와 68.7%에 달하는 대림산업 등은 외국인의 우선주 소각 요구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