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교육비' 못내는 교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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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제가 어려우니까 교민들도 무척 힘듭니다. 학교 수업료조차 못내는 교민 자녀가 계속 늘고 있어요."
베트남 호치민시 한국학교 이견호 교장의 말이다.
이 학교에 다니는 5백60명의 교민자녀 중 6개월 이상 학비를 체납한 학생은 10%인 50여명.
김경희 초등 교무부장은 "대기업 직원과 외교관 등을 제외한 교민 대부분이 한국 기업에 납품하거나 식당 여행사를 운영하는 등 한국관련 일을 하고 있는데 한국 경제가 좋지 않아 이들도 덩달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의 월 수업료는 학년별로 1백80∼3백달러.한국정부 지원이 예산의 30%에 불과해 70%를 학생이 부담한다.
현지 미국학교의 7분의 1 수준이지만 베트남의 경제수준을 감안하면 부담이 크다.
게다가 교재,참고서를 한국에서 공수해야 하고 한국 대학 진학을 위한 사교육비도 상당하다.
학부모인 김명하씨는 "수입은 점점 줄어들고 교육비는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월 수입의 60∼70% 이상을 교육에 쓰는 교민이 많다"고 전했다.
다른 지역 한국학교도 마찬가지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한국국제학교에서도 지난 1학기 50여명이 학비를 못냈다.
김정일 자카르타 한국학교 교장은 "해외 한국학교가 동남아 남미 등 낙후지역에 위치한 점을 감안하면 다른 곳의 사정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학교 실태 파악을 위해 이들 학교를 찾은 국회 교육위 황우여 위원장(한나라당)은 "6백만명의 교민을 위한 교육예산이 전체 교육예산의 0.1%도 안된다"며 "해외에서도 초·중등 의무교육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실현된다 해도 수년이 소요될 일이다.
한 한국학교 학부모는 "의무교육도 좋지만 '한국 경제 살리기'가 우선"이라며 "한국 기업과 경제가 살아나면 동포들의 경제사정도 저절로 좋아져 학비는 큰 문제가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호치민=김현석 사회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