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템 시장 거래 1조원] 아이템 하나에 5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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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인 지난 13일 밤 서울 신촌에 있는 PC방.온라인게임을 즐기는 20여명의 젊은이들이 군데군데 앉고 있다.
그러나 PC방에 있는 1백여대 PC는 대부분 "사용중"이다.
PC 앞에 앉아 있는 게이머는 없지만 PC는 리니지 뮤 등 온라인게임에 접속돼 있고 실제로 게임이 돌아가고 있다.
이런 현상이 가능한 것은 이른바 "매크로 프로그램"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매크로는 게이머가 같은 동작을 반복하기 지겨워 캐릭터가 이 동작을 반복하도록 만든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만든 것은 아이템을 얻어 누군가에게 팔기 위해서다.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아이템을 모아 돈을 버는 사람도 있다.
아이템으로 무슨 돈을 버느냐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이템베이 등 아이템 중개 사이트엔 수백만원짜리 아이템이 즐비하다.
이 가격은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많이 내린 것이다.
중개 사이트가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는 1천만원이 넘는 아이템도 많았다.
한게임(www.hangame.co.kr)의 포커머니도 주요 거래품목이다.
대략 포커머니 10조당 1만원꼴로 거래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게임에서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전문 조직까지 있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최근 남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해킹해 6백경(京)원의 사이버머니를 모은 뒤 이를 되팔아 30억원을 챙긴 사이버머니 판매조직이 적발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아이템 중개 사이트인 아이템베이(www.itembay.co.kr)는 올해 들어 하루에 약 1만건의 아이템 거래를 중개했다.
거래 규모는 건당 7만원에 달한다.
거래액의 5%를 수수료로 받는 이 회사는 올해 매출이 1백20억∼1백3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SK텔레콤과 손잡고 온라인으로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해 논란이 되고 있다.
아이템베이처럼 아이템 거래를 중개하는 사이트는 2002년 이후 꾸준히 늘어 현재 2백여개로 추산되고 있다.
게임산업개발원에 따르면 올해 아이템 현금거래 시장 규모는 7천억∼8천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온라인 중개 시장이 4천억∼5천억원,게이머끼리의 음성적인 거래 규모가 3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개발원은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이템 현금거래가 이처럼 활발한 것은 국산 온라인게임이 외국산에 비해 아이템 의존도가 높고 게임 업체들이 아이템 현금거래를 방치하거나 조장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 관계자는 "최근 상용 서비스가 시작된 RF온라인의 경우 아이템을 얻기 위해 6시간 이상 광산에서 죽도록 광물을 캐도록 해놓았기 때문에 많은 게이머들이 다른 게이머한테 현금을 주고 광물을 산다"며 "PC방에는 아예 광물만 캐서 파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상명대 게임학과 지명부 교수는 "그동안 게임 개발사들이 수익을 늘리기 위해 아이템 거래를 적극 유도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게임 업체들이 건전한 게임문화를 만들기보다 수익성 창출에만 신경을 쓴 결과"라고 지적했다.
또 "국내 게임 업체들은 게이머들이 아이템을 얻기 위해 게임 속 다른 캐릭터를 죽이게 하는 등 폭력에 중독되도록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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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아이템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소지하는 칼 방패 망토 보석 화폐 등 각종 물품을 말한다.
캐릭터는 게임에서 '미션'(임무)을 수행하는 과정에 이런 아이템을 얻게 되는데 게임 내에서 사고 팔 수 있으며 교환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