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중수 KTF 사장 jsnam@ktf.com > 아파트 이름이 길어지고 있다. 예전엔 한자(漢字)로 두 글자가 대부분이었지만 요새는 영어화되고,대 여섯자의 이름도 나온다. 주부들이 영어로 된 긴 아파트 이름을 선호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는가? 시어머니가 찾아오기 어렵게 하기 위해서다. 한 번 웃으셨는가? 웃음은 좋은 것이다. 그런데 과거에는 웃음을 터부시하던 시절이 있었다. 숀 코너리 주연의 영화로도 유명한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에는 중세 유럽의 웃음에 대한 시각이 잘 나타나 있다. 현세의 행복을 뜻하는 '웃음'은 경박하며,내세를 지향하는 경건한 기독교적 세계관과 상치되는 것이므로 철저히 근절해야 할 대상으로 여겼다. 우리 조상들도 엄숙을 미덕으로 알았다. 우리 세대만 해도 어려서부터 웃으면 '실없는 놈'이란 말을 들었다. 이 때문인지 우리의 얼굴은 유달리 긴장되고 굳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한국에 처음 온 외국인들은 '사람들이 다 화가 나있는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한다. 또 침묵은 금이다,밥 먹는 중에 말하는 것은 식사예절에 어긋난다는 등 과묵이 대화보다 좋은 것으로 배웠다. 그러다 보니 생긴 단점이 토론문화의 미성숙이다. 열띠게 토론을 하다 보면 건설적인 결론보다는 자칫하면 인신공격이나 싸움으로 번진다. 나는 웃음과 농담을 즐긴다. 웃음이 건강에 좋고,어색한 첫 만남에서 친밀감을 높여주는 등의 효용이 있어서가 아니라 천성적으로 낙천적이어서 그렇다. 결혼 10주년 때 아내에게 지난 결혼생활에 대한 피드백을 해달라고 했더니 딱 한 가지,농담을 너무 진담처럼 하지말라고 부탁했을 정도다. 또 주변 사람들 중에는 경쟁이 치열한 통신업계 최고경영자(CEO)인데 가끔 보도되는 사진이 너무 웃는 얼굴이어서 고민이 없어 보이니 그만 웃으라는 지적도 있다. 나는 고민이 없어서가 아니라 찡그린다고 해결되는 일이 없어서 웃는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했고,수류득묘(隨流得妙)라 했다. 모든 일에는 순리가 있고,물 흐르듯 순리에 따라 최선을 다하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데 찡그릴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나의 애송시인 에머슨의 '성공'은 이렇게 시작한다. '무엇이 성공인가,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또 소설 장미의 이름에서 중세를 넘어 신문화의 새벽을 연 르네상스의 화신으로 나오는 윌리엄 신부는 이렇게 말한다. "웃음은 예술이며,식자(識者)들의 마음이 열리는 세상의 문이다." 모두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웃음'이라는 예술로 다같이 성공을 누리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