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폐쇄 … 나가서 사먹자"‥포스코,지역 서민경제 살리기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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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나서서 서민경제를 살린다.'
장기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음식점과 재래시장 등 서민 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역 기업들이 소비 촉진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최근 시내 음식점들을 돕기 위해 임원 전용 구내식당을 폐쇄하고 외식을 생활화(?)하고 있다.
포스코측은 "지역 서민들의 포스코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직원들이 솔선수범해서 시내 음식점들을 가능한 한 자주 이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광양과 포항제철소의 견학 기념품도 그동안 철강회사의 특성을 살려 철로 만든 손톱깎이 등을 제공하던 것에서 지난달부터 멸치 다시마 미역 등 지역 특산품으로 바꿨다.
포항제철소는 기념품 전량이 인근 재래시장인 죽도시장에서 공급받고,광양제철소도 현지에서 조달하는 방식으로 지역 영세상인들을 돕고 있다.
지역특산품으로 구성된 방문 기념 선물세트는 3천원 5천원 3만원 등 3종류로 만들어졌고 해외바이어들에게도 제공된다.
박우열 포스코 포항제철소 홍보팀장은 "광양 지역 농·어민을 돕기 위해 15일부터 광양제철소에서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마련했다"면서 "7천여명의 제철소 직원과 가족들이 일주일 동안 이 곳에서 장을 보게 된다"고 밝혔다.
포스코건설은 지역 최대 재래시장인 포항 죽도시장이 불황에다 외지에서 들어온 백화점과 할인점의 공세에 시달리면서 문을 닫는 점포가 줄을 잇는 등 위기를 맞게 되자 상가번영회와 자매결연을 맺고 '죽도시장 살리기'운동을 펼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매월 넷째주 금요일을 '죽도시장 이용의 날'로 정하고 5백여명의 임직원과 가족들이 시장을 방문해 물품을 구매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추석 때 소비 촉진을 위해 죽도시장 상품권 1천8백만원어치를 구입,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윤두영 전무는 "회사에서 장바구니를 비치해 놓고 직원들에게 일일이 나눠주는 등 죽도시장을 살리기 위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면서 "남편이 퇴근길에 장을 봐오기 시작하면서 주부들도 대환영"이라고 자랑했다.
포스코 계열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자극받은 포항시 의사회도 동참하는 등 지역 서민 경제 살리기가 범시민운동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백남도 죽도시장 상가번영회장은 "지난 30년 동안 요즘처럼 장사가 안 된 적이 없었다"면서 "지역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소비 촉진 활동으로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고 말했다. 그는 "포스코가 작은 포구를 오늘의 포항으로 발전시킨 주역인 건 익히 알지만 이렇게 고마움을 피부로 느껴보긴 처음"이라며 감격해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