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섬업계의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통하는 스판덱스 시장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원료가격은 급등하고 있는 반면 제품 판매가격은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서다. 게다가 낮은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저가 공세에 뛰어들면서 이 시장도 폴리에스터나 나일론처럼 공급과잉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관련업체들의 채산성 악화는 이미 시작됐다. 15일 화섬업계에 따르면 스판덱스의 평균 판매가격은 2년 전까지 파운드당 20달러에 달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6.5달러까지 떨어졌다. 올해 초의 7.5달러보다도 13%나 낮은 가격이다. 반면 스판덱스의 원료인 PTMEG(폴리테트라메틸렌에테르글리콜) 가격은 지난 1월 t당 2천3백50달러에서 2천8백달러로 20%나 급등했다.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서 ㈜효성 동국무역 태광산업 등 스판덱스를 주력으로 하는 화섬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폴리에스터 나일론 부문의 적자를 스판덱스가 메워왔기 때문이다. 스판덱스가 이들 회사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 정도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대에 이른다. 따라서 ㈜효성 섬유사업부문과 동국무역의 영업실적은 지난 3분기 적자로 전환돼 각각 57억원과 32억9천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스판덱스의 채산성이 악화되는 이유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국내업체 뿐 아니라 미국의 인비스타,일본의 아사히카세히 등 주요 업체들도 중국에 경쟁적으로 공장을 증설해 엄청난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옌타이 등 중국 업체 28개사도 싼 가격을 앞세워 물량공세에 합세했다. 더욱이 새로 증설된 공장들이 올 연말과 내년 초부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어서 스판덱스의 채산성 악화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 화섬사들은 차별화된 제품 개발과 수출 시장 다변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차별화 전략에 소홀해 중국 업체들에 시장 지배력을 빼앗겼던 폴리에스터 나일론의 전철을 밟아선 곤란하다는 위기의식에서다. 김문선 ㈜효성 스판덱스 사업부문 기획관리팀장은 "차별화·기능성 제품들을 계속 개발해 중국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를 벌여나가고 있다"며 "가격보다는 품질을 우선시하는 유럽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