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이 갈수록 암울해 지는데도 종합주가지수는 강세를 지속,900고지에 도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증시가 일제히 전고점을 돌파하며 동반 상승하고 있는데다 증시수급 상황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유가하락과 저금리기조도 증시분위기를 좋게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증시의 최대 악재인 기업실적 부진은 내년 초쯤 바닥을 칠 것이란 기대감 때문에 실물경기를 한발 앞서 반영하는 증시에 큰 부담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연말 유동성장세 기대감 확산 국제 유가의 큰 폭 하락에 힘입어 해외 주요 증시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미국 다우지수가 10월 마지막주부터 조정 없이 급피치를 올리고 있고,나스닥은 최근 3개월간 20% 급등했다. S&P500지수는 지난주 연중 최고점을 돌파했고,영국과 프랑스증시도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지난 두 달 동안 2조원이 넘는 매물을 쏟아냈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근 3일 연속 '사자' 주문을 내며 순매수로 전환했다. 특히 지난 6개월간 외국인들의 주식 매수 평균환율이 1천1백68원인 점을 감안하면 환율에서만 6%가 넘는 수익을 냈다. 환율에서 먹고 시세차익도 남길 수 있는 기회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당분간 매도 공세를 자제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반면 주식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우선 연말까지 프로그램 매수가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고원종 동부증권 부사장은 "내년 상반기 기업 실적이 회복될 때까지의 수요 공백을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세가 메워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말 배당을 노린 기관의 증시 참여도 두드러진다. 국민연금의 경우 3주째 '사자' 행진을 이어가며 매수 규모를 확대 중이다. 또 선물을 갖고 있는 기관투자가들도 배당을 받기 위해 연말까지 선물을 현물과 교체매매해야 한다. 유동성장세를 기대하는 관측이 확산되는 이유다. ◆증시는 고성장보다 안정성장 선호 경기는 안좋은데 주가는 오르는 상황이 이어지자 증시에선 다양한 해석이 등장하고 있다. 실적이 나쁘다고 해서 반드시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김영익 대신증권 실장은 "기업이 꾸준히 이익을 내는 안정성장 단계로 진입하면 투자 위험도가 낮아져 매수세가 몰린다"고 주장했다. 주가는 고성장보다 안정적인 성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경우 지난 70년대 연평균 성장률이 10%대에서 80년대 5%대로 낮아졌지만 닛케이225평균주가는 75년 4천엔선에서 89년 3만9천엔으로 10배가량 급등한 게 그 예란 것이다. 이원기 메릴린치증권 전무도 "외환위기를 통해 구조조정에 성공한 대기업들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면서 2002년께부터 이미 한국증시의 재평가가 시작됐다"며 "그 과정이 2년 정도는 더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