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바닥.나홀로 금리 내렸는데도 원화는 초강세 ‥ 하루 12원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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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환율이 7년만에 1천1백원선이 무너지면서 바닥을 알 수 없는 급락(원화가치 절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15일 하룻새 12원50전이나 폭락,올들어 가장 큰 낙폭을 나타냈다.
이미 주요국 가운데 올해 가장 큰 통화가치 절상폭을 기록한 원화가 가파른 절상행진을 지속하고 있는데 대해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펀더멘털과 완전히 따로 노는 기현상"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주요 경쟁국 가운데 최저수준인데다 세계 각국이 금리를 인상하는데 반해 유독 한국만 금리인하를 거듭하는 등 통화약세 요인이 적지 않은데,시장에서는 정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까지 '수출 지원'을 명분으로 정부가 과도하게 외환시장에 개입,원·달러환율의 자연스러운 하락을 인위적으로 억제했던데 대한 '반(反)작용'이 가세한 결과가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무너지는 외환시장
15일 외환시장은 전주말 수준인 1천1백4원에 거래를 시작했지만 수출업체들이 갖고 있던 달러 물량을 일시에 쏟아내면서 강력한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1천1백원선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이날 국회 답변에서 "환율하락은 경상수지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발언,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면서 한때 1천97원선까지 회복하기도 했다.
그러나 폐장을 앞둔 오후 3시30분께 다시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1천93원대까지 내려앉았다.
종가는 전날보다 12원50전 떨어진 1천92원50전.
올들어 하루 낙폭으로는 가장 큰 날이었다.
구길모 외환은행 과장은 "시장이 정부개입을 기다리는 형태가 달라졌다.
개입에 기대서 매수하는 것이 아니라 개입이 나오면 팔겠다는 자세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하루 환율도 급락했지만 연간으로 따져도 원·달러 환율은 타국 통화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올들어 지난 11일 현재까지만 따져도 원·달러 환율은 무려 7.3%나 하락,일본 EU(유럽연합) 싱가포르 등 주요국들 가운데 절상폭이 가장 큰 상태다.
◆'발목찍은 개입 후폭풍'
이런 원인은 올 상반기까지 이어졌던 정부의 '과도한 외환시장 개입'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작년 4·4분기 글로벌 달러 약세가 본격화됐을 때 원화는 오히려 약세를 거듭하는 기현상이 발생했었다"며 "당시 국제 흐름을 외면한 밀어붙이기식 환율 떠받치기가 더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환율 붕락을 초래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지난 10월들어 1천1백40원이 무너진 뒤 1천1백10원대까지 바로 무너져 내렸고,지난주 1천1백원대 후반에서 정부의 엄청난 개입이 있었지만 바로 다음날 급락하는 등 마치 둑이 무너진 듯한 폭락장세가 거듭되고 있다"며 "정부도 더이상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장에서는 '정부가 나서도 올리지 못하더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앞다퉈 달러 매도에 나서고 있고,그에 따라 최근 이틀간 정부와 한국은행이 '속도조절 개입'에 나섰지만 두 손을 들고 만 결과가 됐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앞으로도 원·달러환율이 1천50원대까지 속락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정영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내년도 평균 원·달러 환율은 1천60원선으로 보고 있지만 1천원대 초반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