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초 막스 베버의 명저 '사회경제사'는 베버 사후 제자들이 필기한 강의노트를 모아 만들었다. 20세기 중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파인만의 강의는 사후에 강의 녹음테이프를 토대로 '파인만 강의'라는 책으로 편집됐다. 이 책은 물리학 입문서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렇다면 21세기의 명강의는 어떻게 기록돼 후세에 남겨질까. 21세기 대학의 기록매체로 주목받는 '무인자동 강의녹화 시스템'에 대해 살펴본다. 최근 주요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무인자동 강의녹화 시스템'을 설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멀티미디어 강의실 설치붐을 타고 교수들의 생생한 강의장면이나 주요 세미나 장면,연구발표 장면 등을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동안 전량 수입되던 무인자동강의 녹화 시스템이 최근 국산화된 점도 시스템 보급이 급속히 확산되는 데 한 몫 하고 있다. 국산 무인자동강의 녹화시스템 시장의 선두주자는 고화질 디지털 저장시스템 전문업체인 지온소프트다. 이 회사는 자체 개발한 무인자동강의 녹화 시스템 '캣츠아이(CATSi)'를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성균관대,원광대,적십자간호대,배재대 등에 공급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캣츠아이'가 대학가에서 인기를 끄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카메라나 기기를 조작하는 사람이 없이 강의를 자동으로 녹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센서를 강단 벽면에 붙박이로 설치해 놓으면 강사의 움직임을 자동으로 추적,강의 장면의 중요한 부분을 놓치지 않고 알아서 척척 녹화한다. 지온소프트는 촬영 영상을 비디오테이프가 아니라 하드디스크에 저장하는 디지털 하드디스크 레코더 '캣츠알(CATSr)'도 같이 보급하고 있다. 캣츠알은 기존 보안장비인 디지털 영상저장장치(DVR)와 달리 방송 수준의 고화질 동영상을 저장할 수 있다. 특히 아주 먼거리에서 촬영된 동영상을 인터넷을 통해 내려받거나 올릴 수 있는 장점도 갖췄다. 이들 시스템을 이용하면 1백개가 넘는 강의실에서 동시에 열리는 강좌를 모두 녹화할 수 있고 온라인 화상강의나 원격강의에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김용준 지온소프트 사장은 "최근 국내 주요 대학들에서 유명 교수의 강의 전체를 녹화해 자료로 보관하려는 노력이 늘고 있다"고 "오는 2007년까지는 전체 대학 강의실의 5∼10% 가량이 무인자동강의 녹화 시스템을 갖춘 스튜디오형 강의실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