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영 한국여성발명협회 회장 myhan58@hotmail.com > 오랜만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잘있었니?"하는 목소리가 왠지 힘없이 들렸다. 그쪽은 늦은 밤이라 그러려니 했다. 최근 많이 피곤하던 터라 "응,그래. 아직 버티고 살아있다"고 했더니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라고 말한다.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되물었다. "무슨 일 있니?" 우리와 동갑인 친구의 시누이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다 나았다더니?"하고 묻자 지난 봄에 완쾌된 줄 알았는데 다시 안좋아져 병원에 갔더니 암세포가 폐까지 모두 번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입원 후 1주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그 친구는 올해만 식구를 둘이나 저세상으로 보냈다.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살아있다는 것이 축복이란 친구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부모님,자식,사랑하는 사람,친구…. 모두가 중요하지만 가장 소중한 것은 나 자신이 아닐까. 내가 있으므로 부모님도 계시고 자녀,친구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나만을 위해 살자는 것은 아니다. '내가 건강하게 존재해야 남도 도울 수 있고 나도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을 한때는 나도 잘 몰랐다. 부모님은 12년 전 같은해에 6개월 간격으로 쓰러지셨다. 부모님 모두 연로하시니 언젠가는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막연히 생각했던 적이 있었지만 갑자기 현실로 닥칠 줄은 몰랐다. 무척 당황했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돌아가시면 안된다는 생각뿐이었다. 부모님께 잘해드린 것은 없고 속상하게 한 일들만 생각났다. 부모님을 간호하는 동안 1년에 몇 차례 응급실을 찾기는 했지만 다행히 조금씩 차도를 보였다. 그리고 10년 넘게 두분 모두 정말 잘 버텨주셨다. 처음엔 24시간 내내 부모님 옆에 붙어 간호하곤 했다. 그 당시 주위 분들은 "네가 쓰러지면 안된다"고 말씀하셨다. 당시엔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내가 쓰러지든가 잘못되면,즉 나라는 존재가 없어지면 결국은 부모님도 못 모시고 나의 자식들에게도 사랑을 주지 못하고,내가 할일을 하지 못하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또한 세상은 나 혼자서는 살 수 없는 곳이라는 것,더불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배워가고 있다. '그날 그날이 최선의 날'이라는 시인 에머슨의 말이 절실해진다. 오늘이 바로 가장 중요한 날이다. 오늘도 귀한 자신을 위해 열심히,즐겁고 건강하게 사랑하고 살아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