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동서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김영래 시인이 첫 시집 '하늘이 담긴 손'(민음사)을 펴냈다. 시인은 거대한 자본주의 문명 속에서 왜소화된 개인의 참된 영혼 회복에 포커스를 맞춘다. 시인에게 도시는 거대한 철골 구조물들만 머리 위로 가득한 비정한 세계일 뿐이다. 망설임과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할 때마다 그를 일으켜세워 주는 것은 자연 속에서 수행하며 구도하는 존재들이다. 그것은 때로 월정사의 전나무숲이고 때로는 은해사의 향나무이고 또 때로는 봉정사의 상수리나무이기도 하다. '당신 앞에 이르러 당신에게로/당신에게로 떠밀렸던 마음을 놓는다/스스로 고요해진 마음/기도마저 앙금 재운/수굿한 마음/당신을 향한 자리에서 마음 돌려/당신이 향한 자리에서 눈을 뜨면/거기/환한 겨울/밤눈이 걷힌 쩡쩡한 아침'('봉정사 시편' 중) 시인은 도시의 한가운데서 구도적 존재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표제작인 '하늘이 담긴 손'은 이러한 시인의 세계를 압축해 보여준다. '모든 것 지나가 버린 들,쓰러진 길 위에/채 움켜쥐지 못한 꿈을 향해/동냥 그릇처럼 놓인/탁발의 허기진 손…어느 손도 그 손을 맞잡아주지 못했고.자신의 다른 한 손조차 그 손의 아주 오래된 기다림을/달래줄 수 없었던/하나의 손'('하늘이 담긴 손' 중) 도시로 내려와 탁발하는 승려의 손을 모티브로 한 이 시는 구도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동냥 그릇처럼 놓인 탁발의 허기진 손'에 담긴 것은 밥이 아니라 하늘이라고 시인은 얘기하는 듯하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