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4년 10월 서울 서초동 무지개상가에 낯선 사찰 하나가 들어섰다. 보증금 5백만원에 사글세 15만원을 내기로 하고 빌린 24평의 공간.이렇게 시작한 사찰이 20년이 지난 지금은 신자수 25만명에 육박하는 대형 도심 사찰로 성장했다. 서울 포이동 능인선원(원장 지광 스님)이다. 그 성장 비결은 뭘까. "신도 교육과 참여지요. 국내 불교신자가 1천만명을 넘는다지만 1년에 겨우 몇차례 절을 찾는 명목 신도들이 대부분인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능인선원에서는 모든 사람이 실질 신도가 되도록 불교 공부를 철저히 시킵니다. 아울러 신자들에게 선원의 운영 일체를 맡겨 놓으니 책임감과 참여의식을 갖고 잘 꾸려가요." 능인선원장 지광(智光ㆍ54) 스님의 설명이다. 특히 불교의 기초 교리부터 주요 경전,불교사,불교사상,불교예술 등을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능인불교대학은 유명하다. 지난 86년 이래 지금까지 10만여명이 능인불교대학을 거쳐갔다. 졸업생 중에는 전·현직 국회의원이 50여명에 이르고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도 15기 졸업생이라고 한다. 체계적인 신도 조직과 이를 바탕으로 한 사찰운영 참여도 능인선원의 특징.신도들은 10명 단위,1백명 단위 등으로 조직돼 가정법회와 신행활동 등을 관장하고 지도한다. 또 3백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신도·재정관리와 종무행정 등 선원 운영 일체를 맡고 있다. 이런 힘을 바탕으로 능인선원은 세계 포교에 나설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국내와 미국에 대학을 설립하기로 했다. 지광 스님은 "미국 뉴욕주 턱시도에 3천평 가량의 연구소 건물을 포함한 15만평 가량의 땅을 매입,내년에 절을 짓고 2008년쯤 세계불교문화대학 신입생을 모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국내에는 경기 화성군 팔탄면에 10만여평의 땅을 마련,'한국국제불교대학원대학'을 세우기로 하고 올해 말 착공해 2008년 개교할 방침이다. 화성의 불교대학에는 15cm 높이의 금동불 1백만기를 봉안하는 '백만불전'을 신도들의 시주로 조성할 예정.불상 한 기당 30만원씩 시주받아 백만불전과 대학 설립비용을 충당한다는 복안이다. 능인선원은 이를 위해 오는 27일 서울 잠실종합실내체육관에서 개원 20주년을 기념하고 불교대학 건립을 기원하는 백만불 봉안 대법회를 연다. (02)577-5800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