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개방되는 中 서비스 시장] (下) 덩치키우는 토종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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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여행전문업체인 셔우뤼그룹은 지난 4월 베이징의 오리요리 전문점으로 유명한 취안쥐더 및 유통업체인 신옌사그룹을 흡수ㆍ합병,총자산 1백50억 위안(약 2조2천5백억원) 규모의 중국 최대 종합여행업체로 탈바꿈했다.
또 지난 11월에는 궈뤼총공사가 중투총공사와 합병,여행 면세품 부동산을 주력사업으로 한 궈뤼그룹으로 변신했다.
궈뤼는 항공사 설립도 검토 중이다.
중국 기업들의 이 같은 대형화는 관광서비스 시장이 전면 개방되는 데 따른 전형적인 대응 방식이다.
중국은 당초 세계무역기구(WTO) 일정에 따라 내년 말 독자 여행사 설립을 허용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7월 첫 케이스로 일본 최대 여행사가 독자 출자한 JAL(일본항공)여행사 설립을 승인했다.
관광뿐 아니라 전면 개방을 앞둔 서비스 시장 전반에 걸쳐 토종 기업들은 외국의 '헤비급' 기업에 맞서기 위해 덩치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인수합병과 해외증시 상장 등은 대형화를 위한 '몸 만들기'로 볼 수 있다.
내달 전면 개방으로 전면전이 예상되는 소매 유통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 유통 업계엔 위기감이 팽배하다.
선전의 대표적 유통체인 민룬을 비롯 난징 우한 후난 청두 등 6개 지방의 유통 업체들이 매물로 나왔다.
중국 30대 유통 업체 중 13개 업체가 적자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향후 3∼5년 사이 중국 소비시장의 60%는 외국 대형할인매장이,30%는 중국의 대형매장이,나머지 10%는 지방 중소업체가 차지하게 될 것(맥킨지)"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런 위기감이 중국 최대 유통 업체 상하이바이롄그룹을 탄생시켰다.
지난 10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상하이디이백화점 상하이화롄 화롄슈퍼마켓 등 5개 상장사의 합병계획을 승인했다.
하지만 바이롄그룹의 매출액은 9백21억위안(약 13조8천1백50억원)으로 월마트 전 세계 매출액의 4.2%에 불과하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합병만으로는 부족하다.
전쟁을 앞두고 실탄 마련을 위해 해외증시에 상장하는 중국 서비스 업체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11월 중국인민재산보험과 중국생명보험이 뉴욕증시에 상장한 게 대표적이다.
중국계 은행들은 현지 진출 외국기업을 상대로 한 공격적인 영업으로 외자은행에 맞대응을 펼치기도 한다.
이들은 저금리 수신을 밑천으로 외국계 기업에 대한 대출시장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3개월 리보+1.0% 미만의 우대금리 외화대출을 내세워 한국의 간판기업 삼성 LG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을 고객으로 끌어들였다.
금융시장 개방 폭이 갈수록 확대되지만 외국계 은행의 대출 시장 점유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97년 3.7%에 이르던 외국계 은행의 대출점유율은 2001년 1.7%에서 지난해 9월 말엔 0.9%로 뚝 떨어졌다.
중국 기업들에 개방이 반드시 위협적인 것만은 아니다.
중국 언론은 "3년 전 WTO 가입 때는 '늑대가 몰려온다'는 경고음이 울렸지만 지금은 '늑대와 함께 춤을 추자'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중앙재경대의 하오이엔 교수는 "보험시장을 빨리 개방한 한국에서도 외자의 시장점유율이 5%에 못 미친다"며 "중국 보험시장이 내달 전면 개방되지만 민족성과 문화적 특징이 강하게 배어있는 업종이기 때문에 외국계가 중국 토양에 적응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한우덕·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