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상인 성공사례] (23) 제주물류 양남희 사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제주토박이 양남희(44)씨는 인터넷을 통해 현지특산물을 전국으로 판매하고 있다.
귤 한라봉 망고와 수산물 등 각종 제주도 특산물을 취급한다.
양씨가 바다의 한계를 딛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2002년 4월 개설한 제주물류(www.jejumullyu.com)사이트 덕분이었다.
< 사진설명 : 양남희씨(오른쪽)가 제주도 남제주군 남원급에 있는 귤농장에서 농장주와 함께 귤을 따고 있다. >
뭍과 뚝 떨어진 제주도에서도 전국 소비자들의 주문을 처리할 수 있게 해준 그의 '수호 사이트'였다.
양씨는 제주물류를 2년여만에 수천명의 회원과 60여 협력농가를 보유한 탄탄한 사업으로 키워냈다.
양씨가 물건값을 후하게 쳐준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물건을 대겠다는 농가도 줄을 선 상태다.
양씨의 월매출은 5천여만원에 달한다.
인터넷으로 거래를 튼 고객과의 직거래 매출(2천여만원)을 합하면 7천만원이 웃돈다.
양씨가 인터넷 판매에 눈을 뜬 것은 제주도 농가의 아픈 사연이 배경이 됐다.
양씨가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제주는 공급초과인 귤 등 특산물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귤값 폭락으로 제값받기는커녕 귤밭을 통째로 갈아엎어야 했던 농가가 한둘이 아니었다.
여기에다 수입과일까지 밀려들어와 귤은 천덕꾸러기 과일로 전락했다.
판로가 얼어붙은 것은 당연했다.
이때 양씨가 짜낸 전략이 바로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판매였다.
온라인 직거래방식으로 유통단계를 대거 줄이고 합리적인 마진정책으로 운영한 것이 성공비결이었다.
디지털상인으로 변신한 그는 각종 인터넷 사이트를 누비고 다녔다.
온라인 사업은 다른 온라인 사이트를 부지런히 다니는 것이 발품을 파는 것과 같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제주물류 쇼핑몰을 오픈한 직후인 그해 10월 사이버장터인 옥션에 일단 진출했다.
하루 평균 인터넷사이트 2백여곳을 방문,제주물류 알리기에 열을 올렸다.
사이트 방문을 통해 그는 각종 사이트의 운영노하우를 배웠다.
게시판 등을 활용하는 마케팅도 익혔다.
처음엔 이들 사이트 회원들이 이따금씩 주문을 해오기도 했다.
하지만 들인 노력과 시간에 비해 효과는 크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본격적으로 판로를 넓혀보자는 생각에서 옥션 활동을 대폭 강화했다.
"회원이 1천만명에 달하는 옥션에 진출할 경우 물건을 팔면서 동시에 제주물류란 사이트를 알릴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양사장의 예상은 적중했다.
옥션에 '곱단이네(ID:nh6565)'란 상호로 진출하면서 단골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단 양씨에게 물건을 주문한 사람은 두 번 놀란다.
애초 주문한 것보다 양이 많고 품질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큰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제주특산물을 나눠먹겠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한 만큼 박스에 공간만 있으면 다른 물건이라도 채워 보냅니다."
양씨 사업의 아이디어중 하나는 상품가치가 없는 작은밀감(꼬다마)등을 컨테이너로 구입해 사은품으로 활용하는 것.밀감으로 만든 초콜릿과 동백기름 등도 사은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제품 포장을 직접하는 것도 양씨 사업의 특이점이다.
결코 남의 손을 빌리지 않는다.
1백여개에 달하는 포장을 혼자 하느라 밤을 꼬박 세운 적도 있다.
"고객과 대면을 못하니 포장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됩니다.
행여나 불량품이 섞여 들어갈지 않을까 걱정돼 남에게 맞길 수가 없습니다."
고객의 반품요구나 항의가 거의 없는 이유다.
양씨는 특히 품질에 각별한 신경을 쓴다.
불량품을 끼워넣는 등 자신의 실수가 제주도 전체를 욕먹인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릴 정도다.
현재 옥션이나 제주물류에서는 당도는 비슷하지만 사람손이 덜가 과실이 적은 한라봉을 "소과"란 이름으로 구분해 팔고 있다.
별도 규격없이 크고 작은 한라봉이 섞여서 팔려나가는 폐단을 막기 위해 분리판매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문을 많이 남기기 위해 섞어파는 경우가 많았다.
양씨는 이런 소과를 3분의 1가격으로 인터넷서 판다.
이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한라봉의 규격이 정해지고 소과가 보통명사처럼 쓰이게 됐다.
신속한 배달도 양씨의 강점으로 꼽힌다.
남편이 운영하는 물류회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문 다음날엔 소비자에게 배달되도록 시스템화했다.
제주 서귀포=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