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수도이전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은 한국의 지방분권 정책의 일대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국토정책·지리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장 로베르 피트 프랑스 소르본 대학 총장은 17일 "노무현 정부의 수도이전 정책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좌절된 것을 기회로 한국 사회가 수도 서울의 위상을 재정립하고,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추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피트 총장은 이날 서울시와 소르본 대학간 도시개발·도시계획 분야의 상호교류 협정을 체결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수도'는 한 국가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서울이 이전되지 않게 된 것은 앞으로 있을 남북통일 이후를 고려할 때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나 한국은 모두 중앙집권적인 특성이 강하고 수도에 많은 기능이 집중돼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는 인구밀집 등 문제점도 발생시키지만 글로벌 경제 구조에서는 다양한 결정을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덧붙여 수도 중심의 국가발전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의 경우 이미 20년 전부터 교통 도로 문화 환경 등의 정책 집행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전해왔다"며 "한국도 중앙정부가 가지고 있는 결정권한을 시·군·구로 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앙정부가 인위적으로 지방을 육성하려는 정책보다는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정책을 집행할 권한을 늘려주는 게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지방정부의 세제 집행권한도 대폭 늘려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피트 총장은 현재 정치권에서 수도이전의 대안으로 충청권에 행정특별시를 건설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는 "장점이라고는 전혀 없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몇몇 중앙부처가 충청권으로 이전할 경우 업무협의를 위해 서울을 오가는 공무원이 많아지고,행정특별시로 얼마나 많은 인구 또는 기업이 옮겨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