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은 해운업체 중 가장 많은 외화 부채를 가지고 있다. 대한해운이 6억달러,한진해운이 18억달러선인 데 비해 현대상선의 순 외화부채는 20억달러에 이른다.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현대상선으로서는 순이익 부문에서 큰 모멘텀을 갖고 있는 셈이다. 원화가 10원 떨어졌다고 가정할 때 2백억원의 외화 환산이익이 생기는 효과가 있다. 남권오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해운회사의 경우 매출 대부분이 달러로 발생하지만 달러를 통해 비용으로 지출되는 금액도 90%에 달하는 만큼 실제 영업상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손실은 적은 편"이라며 "하지만 외화부채가 상당 규모에 이르는 만큼 환율 하락에 따른 수혜가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대상선의 경우 외화부채 규모가 다른 업체보다 많아 외화 환산이익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상선은 올해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컨테이너 터미널 매각과 자동차 운송사업 부문 영업 양도 등의 강력한 구조조정을 거쳐 지난 3월 법정관리에서 벗어났고 5월에는 채권단과 맺은 '경영정상화 약정'에서도 조기 졸업했다. 실적도 호조세다. 3분기까지 누적매출은 3조7천6백억원을 나타냈다. 영업이익은 4천4백52억원,순이익이 3천35억원으로 각각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LG투자증권은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와 운임지수 상승에 힘입어 3분기 실적이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며 내년과 올해 영업이익을 기존보다 각각 8%,10.3% 상향 조정했다. LG증권은 또 "현대상선이 그동안 꾸준히 진행해온 비수익성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 영업실적 호조로 확보한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차입금을 계속 상환할 것으로 보여 재무안정성은 더욱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4분기에는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컨테이너 부문이 비수기여서 3분기보다 실적이 다소 떨어질 것"이라며 "하지만 전년 4분기와 비교해서는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에도 유조선과 컨테이너 부문 호조에 힘입어 실적이 계속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 지분율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지난 6월 중순 22%대에 불과하던 외국인 지분율은 이달 15일 현재 42.24%까지 급상승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