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온다. 이때쯤이면 주식투자자의 머리 속은 복잡해진다. 당장 배당을 염두에 둬야 한다. 내가 갖고 있는 주식의 배당금은 얼마나 될까,다른 기업으로 옮겨 타면 더 많은 배당을 받을 수 있을까 등의 고민에 빠진다. 주식시장이 뜻밖의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변수다. 환율은 외환위기 이전 상태로 떨어졌고,정부가 금리를 추가 인하해 시장환경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PEF(사모주식투자펀드)가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운용되면 우량 계열사를 많이 가진 소위 '신자산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배당,환율 하락,금리 인하,그리고 기업 지배구조 등 다양한 변수를 감안해 연말 시장에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우선 배당에 관심이 큰 투자자라면,지금이야말로 치밀한 배당투자 전략을 짜야 할 때다. 배당투자를 할 때는 고배당주를 찾아야 하지만,전략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초보자들의 경우 배당이 큰 종목을 무조건 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현 주가 대비 예상 배당수익률이다. 현 주가가 1만원이고 주당 1천원씩 주는 종목이 있다면 배당수익률은 10%가 된다. 반면 주당 2천원을 주지만,주가가 4만원인 기업은 배당수익률이 5%로 적다. 따라서 현재 주가와 예상 배당금을 잘 따져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배당을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다. 어느 종목의 예상 배당수익률을 6%로 잡고 주식을 샀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연말이 되기 전에 이 주식이 10%가량 올랐다면,배당을 포기하고 주식을 파는 게 나을 수도 있다. 12월 말께 배당이 확정되면 배당락이 발생,주가가 그만큼 하락하기 때문이다. 일단 차익을 챙기고 난 뒤 기다렸다 배당락이 시행된 다음 싼 값에 주식을 다시 산다면,6%의 배당을 받고 주식을 계속 들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는다는 결론이다. 배당투자를 한다고 해서 주식을 사놓고 잊어버리고 있어서는 안된다. 배당보다 시세 차익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는 환율과 금리 변동에 투자전략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두 가지 변수 모두 시장에 긍정과 부정적 영향을 함께 미친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반사이익을 누리는 종목이 있다는 것이다. 환율 하락은 수출 관련주에는 악재지만,수입이 많은 종목에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다. 최근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음식료주나 철강주 등이 강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환율 하락이 자리잡고 있다. 게다가 달러 약세는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당분간 그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금리를 올렸지만,달러 약세가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미국 경제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미국의 무역적자와 재정적자가 사상 최대 규모에 달한 게 달러 약세를 가져온 직접적인 이유다. 연말에 유동성 랠리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이런 분위기의 반영이다. 원화 강세는 달러 자산의 유입을 촉발한다. 원화가 강세 기조를 유지한다면,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환차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만일 주가까지 오를 경우 주식과 환율에서 모두 이익이 발생한다. 작년 말과 올 초에 나타났던 유동성 랠리 역시 달러 약세가 원인을 제공했다. 내부적으로는 정부가 금리를 인하,부동자금의 투자 수단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에 돌입한 데다 부동산 시장에는 아직 봄기운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유동성 랠리가 나타날 여건이 무르익고 있다는 말이다. 유동성 랠리를 염두에 두고 상대적으로 덜 오른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정부가 시장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사모주식펀드가 본격적으로 운용되기 시작하는 것도 관심이다. 사모주식펀드는 투자자로 하여금 실적 외에 지배구조라는 또 다른 투자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다. 중장기 투자자라면,우량한 계열사를 다수 보유해 안정적인 이익을 확보하고 고배당을 실시하는 신자산주에 포커스를 맞춰보는 것도 연말의 좋은 투자전략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중요한 변곡점에 와 있다고 보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부담스러운 수준에 올라 있고,증시 주변환경이 급변하고 있지만 상승 기대감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지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단기적 관점에서 시장을 보지 말고,내년 장을 염두에 둔 투자전략을 세워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