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석용 해태제과 사장 lynn@ht.co.kr > 사람은 일생 동안 수없이 많은 결정의 기로에 선다. 그 때마다 자신의 경험과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참고해 신중한 결정을 내린다고는 하지만,그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돌아온다. 그래서 선택의 순간마다 되뇌는 것은 사고의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해주는 판단의 '기준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 자리에 있는 나도 결단과 행동의 순간마다 원칙대로 결정을 내렸는가를 자문하게 되는 것은 바로 이런 생각 때문이다. 개인과 기업을 봐도 예기치 않은 일로 꿈이 좌절되고 현실이 엉망으로 변하는 것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리면 본능적으로 편하고 쉬운 길을 찾으려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최근 프로야구 선수와 연예인들의 '병역비리' 파문도 인생을 멀리 보지 못해서 저지른 실수다. 기업이 '망한 이유'로 가장 많이 손꼽히는 것도 '원칙'을 무시하고 편법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옛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다. 이는 위기를 맞은 기업들의 사례연구를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엔론' 사태는 미국 내 7대 기업으로 평가 받던 기업이 불과 몇 달 만에 파산하게 됐다는 점에서 초대형 금융 사회인 미국에 큰 충격을 주었다. 또 1989년 석유회사 '엑손(Exxon)'의 유조선이 알래스카 해안에서 좌초돼 대규모 원유 유출 사고가 터졌을 때도,알려진 바에 의하면 술에 취한 무면허 3등 항해사가 키를 잡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건비 몇 푼을 절약해 보려고 값싼 노동력을 쓴 것이 화근이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것은 이윤 극대화와 이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고용 창출을 통해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기술혁신을 통해 소비자의 욕구에 부합하는 제품을 내놓는 것,재무 건전성과 도덕성에 기반한 기업 철학을 세우는 것 등이다. 기업들은 수십 년 동안 지역 사회에서 끊임없는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노력해온 존슨앤드존슨의 제약회사 '머크(MERCK)'가 독극물 방출 사고를 겪었을 때 지역 주민들이 나서서 이를 변호해주었던 사례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 기업이 원칙을 지키며 바른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은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원론적인 얘기가 아니다. 단기간에 사회와 소비자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어내는 게 시급한 것이 아니다. 기업이 사회로부터 신뢰를 얻는다는 것은 무형의 가치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과 기업 구성원들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