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고성장을 지속해온 일본경제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GDP(국내총생산)가 지난 3분기중 0.3%(전분기 대비 연율)성장에 그친데 이어 경제재정부는 16일 '11월 월례 경제보고'에서 "경기 감속이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경기판단을 1년5개월만에 첫 하향 조정했다. 올 하반기 이후 미국과 중국의 잇따른 긴축 조치와 고유가로 인한 영향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1990년 초 버블붕괴 후 3번째인 경기회복 국면이 후퇴기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는 일시적 현상으로 내년까지 경기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중 긴축정책이 직격탄=정부가 경기판단을 9월의 '견고한 회복세'에서 두달 만에 경기 감속으로 바꾼 것은 3분기 성장률이 도화선이 됐다. GDP는 3분기에 민간 연구기관 예측치이던 2%를 크게 밑돌았다. 올 1월 경기 판단에서 '회복' 용어를 사용하면서 일본 경제 회복을 공식 선언했던 정부가 10여개월 만에 둔화세를 인정한 셈이다. 이처럼 성장률이 떨어진 것은 수출 감소 때문이다. 수출은 3분기에 전기 대비 2.4% 감소,1년 만에 마이너스로 곤두박질했다. PC 디지털가전 등 대미 수출이 부진했고,건설 기계 및 반도체 등 대중 수출 신장률도 떨어졌다. 수출 부진 영향으로 경기회복을 주도했던 기업들의 설비투자와 생산도 줄어들었다. 광공업 생산지수는 3분기에 전기 대비 0.7% 하락,5분기 만에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해외 의존도가 큰 일본 경제의 허약 체질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2005년,완만한 회복세 전망=3분기 경제성장 내용을 살펴보면 아테네 올림픽 효과에 편승,디지털 가전 판매가 급증했고 여름 폭염으로 인해 음료수 에어컨 등 개인 소비는 호조였다.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0.9% 증가,6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가 내수가 경기 회복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 성장률이 올해 4% 선에서 내년에 2% 선으로 떨어지겠지만,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16일 발표한 '2005년 세계경제 전망'에서 올해와 내년의 성장률을 각각 4.3%,1.8%로 예측했다. 다케나카 헤이조 경제재정상은 "미국 경기의 확대 국면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일본의 수출 감소는 일시적 현상으로,경기 회복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